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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핵물질 유출」 대책 부심/자국제 암거래 확인에 책임회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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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핵물질 유출」 대책 부심/자국제 암거래 확인에 책임회피 한계

입력
199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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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강화… “FBI와도 공조”/서방서도 “통제지원” 국제기금 계획 러시아가 최근 독일에서 적발된 핵물질 밀수사건의 「진원지」라는 국제적 비난이 고조되자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당초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서방이 자국의 핵무기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음모라고 비판하면서 서방 언론들이 센세이셔널리즘적으로 과장 보도하고 있다고 발뺌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고위관리의 연루설과 핵물질이 러시아제임을 나타내는 증명서등이 나오자 러시아정부로서도 더 이상 책임을 미룰 수 없는 형편에 처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핵물질 감시기구인 고스아톰나드조르의 북서지역 부책임자인 세르게이 노비코프는 『핵물질 도난사건이 러시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혀 핵시설에 대한 보안체제가 허술함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조직범죄단이 연관된 사실은 없다』며 러시아 당국이 핵물질의 밀반출에 대한 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 91년 소련이 붕괴된 이후 핵물질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짐에 따라 밀반출사건이 급증하자 옐친대통령의 포고령에 따라 모든 군사시설을 포함,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소등에 대한 보안체제를 강화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핵물질의 도난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까닭은 경제난에 따른 국가 보조금의 대폭적인 삭감으로 핵시설이나 연구소등의 관리비용이 축소된데다 과학자와 엔지니어등 핵관련 종사자들이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등 형편없는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마피아등 조직범죄단등이 핵시설이나 연구소 관계자들을 매수할 수 있고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관리들마저 포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정부 관계자들이 이번 핵물질 유출의 출처로 손꼽는 곳들은 아르자마스 16, 첼리야빈스크, 예카헤린부르크등 3개 장소인데 이곳들은 구소련 당시 비밀도시로 분류돼 외부의 통제가 차단됐으나 국가에서 생필품을 공급해주는등 최고의 대우를 해주었던 곳이다. 하지만 올봄 아르자마스 16의 주민들과 과학자들은 정부의 지원 중단으로 처우가 최악으로 떨어지자 농성을 하는등 항의를 한 바 있다.

 러시아정부는 이번 핵물질 유출사건을 계기로 방첩국과 내무부등을 중심으로 공항과 항만등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핵시설과 연구소에 대한 보안체제등도 대폭 정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피아등 범죄조직들에 대한 감시활동도 강화하는 동시에 미 연방수사국(FBI), 독일정보기구(BND),인터폴등과의 협력체제도 확대할 계획이다.

 서방의 관계자들은 이같은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러시아의 핵과학자와 엔지니어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핵시설 및 연구소에 대한 관리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형편이 어려운 러시아를 지원키 위해 독일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내달초 핵물질의 효과적인 통제를 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을 위해 국제적인 기금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지난 3월 모스크바에 EU, 미국, 일본등의 지원으로 국제과학기술센터를 설립, 핵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3년간 약 3천명의 과학자들이 54개 프로젝트에 참여토록 해 과학자들의 「황금」에 대한 유혹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서방전문가들은 이번 핵물질 유출사건에서 보듯이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안정이 세계평화와 안전에 긴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것 같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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