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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질 높이기/김영환(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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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질 높이기/김영환(메아리)

입력
199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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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말 동구가 민주화되면서 서구를 방문하는 동구인들이 급증했다. 비행기를 탈 경제력이 없던 그들의 교통수단은 숙박도 해결해주는 버스였다. 자유로운 서구세계의 문물을 고속도로에서 처음 맛본 그들은 휴게소가 호텔같다고 경탄했다. 좀 낫다는 동독고속도로변에도 휴지가 날아 다니던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에서 되돌아왔다. 「차내용 텔레비전으로 시간을 보내자」는 광고마저 등장한 고속도로의 「전쟁」을 보면서 여러가지가 떠오른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휴게소가 적다. 총연장 1천6백38㎞에 휴게소는 64개소. 평균 편도 51㎞마다 한 곳이다. 그러니 대이동하는 명절에 기름 넣는데 몇시간이 걸리고 생리적 고통마저 겪는다. 증설은 않은채 기존시설이용의 극대화를 강요하여 수익도 극대화하는 상술같다. 자동차는 금년 상반기에 6백80만대로 폭증했다. 80년대 20분 걸리던 경인고속도로는 이제 때로는 2시간이 걸리니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그런데 경인고속도로에는 예나 지금이나 휴게소가 없다. 경부, 호남, 영동도 시간적으로는 모두 멀어졌다. 휴게소는 2시간 운전과 탑승뒤에 사람과 차가 쉬는 공간이니 당연히 늘려야 한다.

 휴게소의 질도 문제다 우리 휴게소는 안전점검시설이 없는 주유소, 한 때는 무허음식을 먹으려고 줄서서 기다렸던 식당이기도 했다. 세계최고 윤화 불명예는 차바퀴의 공기압을 재볼 시설 하나 드문 휴게소와도 상관이 있다. 도로에서 자주 보는 찢어진 타이어조각이나 시커먼 급제동흔적은 공기압점검으로 상당수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속도를 높이면 바퀴 공기압도 올려야 한다.

 보험사들은 사고를 줄이자고 광고한다. 도로교통안전협회는 매년 약1백50만명의 적성검사에서 수십억원을 챙기고 정부는 막대한 통행료와 범칙금을 받고 자동차업체는 수십만대씩의 차를 팔아 수조원씩 거둔다. 타이어제조업체도 1조수천억원어치를 판다. 모두 안전에 투자하자. 제조업체들은 명절이나 휴가철에만 긴급점검 생색을 낼게 아니라 이를 상시화하여 고객을 만족시키는게 어떨까. 그래야 세계 초일류기업도 될수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의 저질성은 또 있다. 선진국일수록 시선을 빼앗는 광고가 없다. 도로정보는 꼭 중앙분리대위에나 도로위를 가로질러 나타나게 한다. 우리도 주변광고를 없애고 이정표나 날씨, 도로번잡도, 우회도로, 전방의 사고같은 안내정보를 큰 글씨로 멀리서부터 보게 해야 한다. 또 통행료는 신용카드로도 받는게 실명제정신에도 맞을 것이다. 고속도로휴게소는 한 나라 문화의 정수다. 휴게소 민영화방침에 기업들이 군침을 삼킨다는데 통행자는 봉이 아니다. 관영이건 민영이건 질을 높이자.               <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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