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용 프로 「유머채널」 「스타비전」 「파일럿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시험용이다. 새로운 형식의 TV프로그램을 구상해 놓고도 선뜻 정례화하기 어려울 때 한두 번 만들어 방송해본 후 그 반응에 따라 편성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제작해보지 않고는 정확히 그 실체를 알 수 없다는 방송의 특성과 방송은 하지 않고 그냥 만들어 볼 만큼 여유가 없다는 현재 우리방송의 여건상 필요한 작업이다.
KBS 2TV가 20·21일 연속으로 내보낸 「유머채널」과 「스타비전」도 바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노력의 파일럿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상투적인 구성, 출연자들의 억지몸짓과 저질언어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코미디와 쇼프로의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했다. 컴퓨터 같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머채널」이나 「스타비전」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큼 인상적이지 못했다. 두 프로 모두 파일럿프로그램의 생명인 「낯설고 다소 어설프지만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 CNN뉴스룸을 모방한 「유머채널」은 TV종합뉴스처럼 백화점식으로 엮은 시사풍자물. 이익선씨가 순발력을 보인 「기상예보」 코너 외에는 흔한 세태풍자(무선호출기시대, 러브호텔이용증가, 이혼급증, 과잉미용, 불건전한 학습지등)로 일관, 신선미가 없었고 과장으로 억지웃음만 남발했다. 말장난만 일삼는 가수 김건모의 「뮤직극장」이나 신애라가 미래와 현실 사이를 엉성하게 넘나든 「가상극장」등으로 꾸민 「스타비전」 역시 연예인들의 연기를 통한 웃음만들기라는 기존방식과 다를 것이 없었다.
시행착오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유머채널」처럼 애초 기획됐던 정치풍자를 외면하고 컴퓨터로 단편적인 눈요기만을 선보이겠다는 「스타비전」의 생각으로는 파일럿프로가 생명력을 얻기 힘들다. 새로움을 찾기 위해서는 기존관념을 깨뜨리는 용기와 창의력이 제작·출연진 모두에게 필요하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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