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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진 클린턴비난 차 스티커… 인기“시들”반영/워싱턴(지금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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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진 클린턴비난 차 스티커… 인기“시들”반영/워싱턴(지금이곳은)

입력
199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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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가 「캠페인의 나라」라고 한다면 미국은 「스티커의 나라」라고 부를 만하다. 미국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차량의 뒷범퍼에 그들의 정치적 신념이나 인생관등을 함축한 내용의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기를 좋아한다. 중간선거를 2개월 보름가량 앞둔 요즘 미국의 거리에는 유권자들의 선거참여를 종용하는 범퍼 스티커가 자주 눈에 띈다. 며칠전 백발의 노인 할머니가 모는 빨간색 캐딜락의 뒷범퍼를 보니 『투표합시다―민주주의는 관객의 스포츠가 아닙니다(전국 여성유권자연맹)』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벌써부터 96년 대선을 의식한 스티커도 흔하다.

 민주당원임이 분명한 운전자들의 차에는 이런 스티커가 붙어 있다. 『96년에도 클린턴―고어를』 『클린턴―그는 최소한 우리에게도 신경을 쓴다』 『클린턴의 의료개혁안―듣기만 해도 컨디션이 좋아진다』 『내 사랑 클린턴』

 하지만 얼핏 보기엔 클린턴을 비난하는 스티커가 더 흔하다. 『클린턴에게 탄핵을』 『미국호는 화이트워터를 항해하고 있다』 『나를 비난하지 말라―난 지난 선거때 공화당을 찍은 몸이다』 『클린턴―고어, 4년이면 족하다』 『진정한 친구는 친구에게 민주당에 투표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에 대한 스티커도 간간이 보인다. 『누가 힐러리를 당선시켰나』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달리는 차뒤에 『2000년에는 힐러리를 백악관으로』라는 스티커가 붙은 차가 뒤따라간다.

 백악관 근처에 있는 한 선물가게에는 「클린턴―고어 범퍼스티커 지우는 상품」도 나와 있다. 또 전미보수연맹의 데이비드 킨 회장이 고안했다는 클린턴의 잔여임기일이 표시된 달력도 진열돼 있다. 메모지처럼 매일 한장씩 넘기도록 돼있는 이 달력에는 페이지마다 클린턴의 남은 임기일수가 크게 적혀 있고 하단에는 『뺀돌이 윌리(클린턴)가 낙향하기까지 남은 날짜수』라는 글이 씌어있다. 22일자를 보니 「8백82일 남았음」이라고 돼있다.

 사실 클린턴의 임기도 이미 중반기에 가까워 가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의아한 사실은 미국 경제가 근년에 보기드문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의 인기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정치 분석가들의 진단처럼 미국인들은 클린턴의 급진적인 개혁정책에 적지않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국가가 앞장 서세금을 올려서라도 모든 국민들에게 보험혜택을 주어야한다는 의료개혁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이와함께 무려 3백3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범법자들을 거리로부터 추방하자는 범죄퇴치법안도 의회 통과에 실패했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의회에서 클린턴이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매우 복잡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개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제대로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젊은 대통령으로서의 경험미숙과 정책수행과정에서의 우유부단함,그리고 화이트워터사건과 섹스 스캔들에서 구겨진 이미지등이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을 반감시키는 요인들로 지적된다.

 그의 집권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일자리나 북미자유무역협정 타결, 이스라엘―아랍간 평화협정등의 치적은 클린턴 자신과 참모들의 스캔들 시리즈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클린턴은 기사회생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된다. 그래서 「컴백 키드」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얼마전 백악관 앞을 달리는 자동차의 뒷범퍼에는 「클린턴―컴백 키드」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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