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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대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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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대미(사설)

입력
199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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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여류작가 박경리씨가 심혈을 기울여 집필해온 「토지」 5부작이 마침내 완결되었다. 작가가 이 대하소설에 마지막 피리어드를 찍은 것이 지난 8월15일 새벽2시. 실로 붓을 든지 25년만이다. 「토지」는 단지 한작가가 혼신의 노력으로 완성시킨 필생의 역작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국 현대문학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이자 세계문학속에 한국문학의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한 기념비로 평가되는 대작이다. 「토지」의 완성은 바로 이같은 차원에서 문학사적인 의의가 깊다.

 땅에 삶의 터전을 닦으며 살아온 농민들의 함성이 산하를 뒤덮은 동학운동을 시대적인 배경으로 화두를 열어 식민압제의 사슬이 풀린 광복의 감격으로 대미를 이룬 이 대작이 바로 동학운동1백주년을 맞는 해의 광복절에 완전 탈고되어 의미를 더해준다.

 월간문학지서 일간신문에 이르기까지 7개매체를 옮겨가며 연재된 작품의 분량은 2백자원고지 4만매에 등장인물만 3백여명, 작품이 끝맺어지기도 전에 부분적으로 영화로 한차례, TV연속극으로 두차례 제작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토지」의 진가는 그 방대한 분량이 아니라 민족사적인 그 내용의 웅대한 구성에 있다. 개화의 거센 물결이 한반도로 밀려들기 시작한 구한말 지방토호의 후예로 태어난 한 여인의 연대기를 기본골격으로 하여 등장인물들이 한반도와 북간도를 무대로 반세기에 걸쳐 저마다 척박한 시대상황과 사회현실에 혹은 저항하고 혹은 굴절하고 혹은 함몰하는 모습을 도도하게 펼쳐보인 이 작품에는 참담하고 암울한 격동기였던 20세기 전반 모진 풍우를 헤쳐온 온겨레의 가쁜 숨결과 맥박이 그대로 담겨있다.

 게다가 25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에도 조금도 쇠하지 않은 팽팽한 필력과 「토지」사전을 만들어야할만큼 풍부한 어휘의 발굴과 그 장문에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격조높은 문학성이 이 작품을 단연 빛나게 한다.

 양적인 차원에서 한국문학의 스케일을 크게 넓히고 질적인 차원에서는 민족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활짝 연 「토지」는 집필에 14년걸린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등 세계문학속의 대작과 견주어 단 한치의 손색이 없음은 물론 민족의 서사시로서 더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박경리씨는 향리도 아닌 낯선 땅 원주교외에 터를 잡고 틈틈이 밭갈고 씨뿌리고 거두어들이는 농사일을 하면서 모든 역량을 「토지」의 완성에 쏟아 부었고 그동안에는 「토지」외에 단한편의 작품도 쓰지 않았다. 땅에 묻혀 땅을 갈며 쓴 땅의 이야기가 바로 「토지」다. 

 한 작품의 완성을 위해 이처럼 몰입하고 각고하는 작가정신과 집필자세는 대중인기와 명성에만 영합하여 값싼 상업주의와 경박한 선정주의에 흠뻑 젖어 있는 문학풍토속에 그 무엇보다도 귀중하고 값진 구감이 아닐수 없다.

 한 작가의 초인적 집념과 노력에 의해 완결된 「토지」는 광복으로 대미를 이루었지만, 「토지」에 다루어진 민중의 삶과 민족의 맥박은 광복이후 더욱 거칠고 가쁘게 요동치며 이어왔다. 「토지」로 넓혀진 민족문학의 큰 시야로 이제 「토지」이후 격동기의 상황을 새로운 대서사시로 형상화하는 것이 오늘의 문학인들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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