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어머니」 김정추씨 초청 기른정 감사 『아이들이 모두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라 준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고마운 일인데…』 양아들 양딸들과 함께 칠순잔치 축하케이크를 자르면서 김정추씨(70·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는 감격을 억누르지 못한 듯 한동안 말끝을 맺지 못했다.
6·25 전쟁고아출신 40여명이 고아원 어머니를 초청, 23년만에 보은의 칠순잔치를 열었다. 21일 낮 12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일보 10층 뷔페식당에서 열린 김씨 칠순잔치에는 서울 부산등 전국각지에서 김해 실로암고아원 출신 형제자매와 그 가족 1백여명이 모여들어 김여사에게 큰절을 올렸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들이 보은의 뜻으로 차례로 헌화하자 김씨는 끓어오르는 감격과 기쁨을 억누르지 못해 자식들을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실로암에서 자랐다는 배병호씨(47·회사원·서울 양천구 목동)는 『23년만에 어머니를 모시고 칠순잔치를 갖게 되니 이제야 아들 된 도리를 조금이라도 한 것같아 마음이 가볍다』며 『다음달 미국으로 돌아가시기 전 며칠씩 만이라도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어머님을 모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씨가 김해 실로암고아원을 경영할 때 맺어진 양부모관계. 고아원을 돌봐주던 미군 공병단이 철수한 뒤 경영이 어려워지자 김씨는 한국일보 김해지국을 운영하면서 고아들과 함께 신문을 돌리며 어렵사리 이끌어 나갔다. 그러면서도 원하는 원생들에게는 모두 고등학교까지 공부시켰다. 김씨는 『결혼해 자식이 생기면 자식 사랑에 차별이 생긴다』는 이유로 평생 독신으로 살아 왔다. 그만큼 김씨의 「기른 정」은 넓고 깊었다.
평남 성천 출신인 김씨는 부유한 광산주의 딸로 태어나 경성보육학교를 나와 고향에서 직장생활을 하던중 남북이 분단되자 24세 되던 47년 단신 월남했다. 53년부터 운영하던 실로암이 70년 수용자수 격감으로 문을 닫게 되자 그는 72년 실로암 출신 양녀의 주선으로 미국으로 이주했다.【부산=김종흥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