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여후보 위불구 판세 불투명/부동층 20%… 나프타 등 변수로/「불정」시비 잇달아 후유증 클듯 오는 12월1일부터 멕시코를 이끌고 갈 대통령 선거 투표가 22일(한국시간)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지난 1929년 창당 이래 65년째 집권하고 있는 제도혁명당(PRI) 시대가 더 연장될지 아니면 93년 개정 선거법과 사상 첫 외국참관단의 선거 감시활동 등에 힘입어 야당후보가 당선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9명의 후보 중 집권여당의 에르네스토 세디요가 45%로 단연 앞서며 하원의원 출신인 국민행동당(PAN·보수계)의 디에고 세바요스(20%)와 88년 선거에서 살리나스 현 대통령에게 근소한 표차로 졌던 민주혁명당(PRD·중도좌파)의 콰테목 카르데나스(10%)가 뒤를 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대로라면 세디요의 당선이 확실해 보이지만 4천5백70여만명의 총유권자 중 20%가 부동층인데다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당선자를 점치기란 무리다.
멕시코 정부는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야당과 일부 외국 선거감시단은 이미 여기에 이의를 제기, 벌써부터 선거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스페인 감시단인 파스 이 코페라시온은 『유권자 5명 중 1명이 집권당에 매수된 것은 약과이며 일부 지역 선거인 명부에는 수천명의 동명이인과 유령 유권자가 등재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감시단은 또 『상당수 외국감시단이 거리엔 나가보지도 않고 멕시코 정부가 얻어준 별 다섯개짜리 호텔에서 빈둥거리며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헛소리한다』고 비난했다.
PRD의 콰테목후보도 『이번 선거 역시 명백한 부정선거』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첫날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무장봉기해 지금까지 정부군과 대치 중인 사파티스타 농민군도 『선거 공정성에 의심이 갈 경우 다시 봉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세디요후보가 승리할 경우 부닥칠 어려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상하원 의원들도 함께 뽑는데 개정 선거법에 따라 야당이 상원의석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원은 야당 의원 3명을 뺀 나머지 61명이 모두 PRI 소속이어서 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지만 새 선거법은 상원 의석을 1백28명으로 크게 늘리고 여당이 아무리 독주하더라도 25%는 야당이 차지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야당이 이번 선거에서 크게 약진해 상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경우 세디요는 매우 부담스런 의회를 상대하게 될 처지다.
세디요가 아닌 야당 후보가 집권한다면 이같은 정치 사회적 부담은 줄겠지만 출범 1년째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한 짐은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한다.
나프타 출범 다섯달만에 멕시코는 해외투자 유치가 작년동기보다 40% 늘어난65억달러를 기록, 이로 인한 약 4천명의 고급인력 고용 효과 등 밝은 선물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대미 경쟁에서 밀린 일부 업종의 도산·고용감소 등 어두운 그늘이 생겼다. 이는 그대로 새 대통령 당선자의 숙제로 넘겨질 전망이다.
세디요나 세바요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경제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콰테목 후보는 그간 현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국가 통제의 강화를 주장해 온 터라 그가 당선될 경우 국내외 기업가와 투자자들은 어느정도 곤욕을 치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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