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제2의 마리엘 사태를 원치 않습니다. 쿠바가 우리의 이민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원치도 않습니다. 카스트로씨가 자신의 정치·경제적 문제들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클린턴미대통령은 지난 19일 쿠바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TV에 비친 그의 표정은 여유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다음날 그는 카스트로정권의 목을 조이는 조치를 4가지 추가했다.
그런데도 쿠바인들의 미국행 탈출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한 쿠바인은 『쿠바에서 비참하게 살바에야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억류되는게 낫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튼튼한 뗏목 하나가 1백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쿠바인 한 사람의 연평균 소득을 웃도는 액수다.
한편 미CNN방송에 비쳐지는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의 모습은 왠지 초라해 보인다. 강렬한 억양은 혁명이 아닌 좌절을 「고백」하는듯 하고 군복은 한 가닥 남은 자존심을 겨우 붙들고 있는 느낌이다.
핵카드도 없는 카스트로가 과연 턱수염 휘날리며 클린턴과의 대결을 원하는 것일까. 인구 1천만명이 조금 넘는 이 작은 실패한 혁명의 섬나라가 초강대국인 미국에 무슨 본질적인 위협이 될까. 미국으로서는 앞마당에 꼬장꼬장하게 버티고 앉아 사사건건 반발하는 「빨갱이 나라」가 밉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채찍만을 휘두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최근 난민탈출사태의 근본원인이 쿠바의 경제난 때문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32년간 계속돼온 미국의 경제금수조치가 풀리면 파탄에 빠진 쿠바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사실도 대개들 인정한다.
『쿠바가 경제재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탈출 난민수도 한결 줄어들 것이다. 세계 모든 곳에서 냉전이 끝나가는데 왜 쿠바에 대해서만 냉전을 지속하자는 것인가』 한 미국 칼럼니스트의 새겨들을만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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