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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탓·주민탓 수사/정덕상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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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탓·주민탓 수사/정덕상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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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천시 유아피살사건은 발생 6일이 지나도록 뚜렷한 용의자나 단서가 드러나지 않아 자칫 미궁에 빠질 기미가 짙어지고 있다. 경찰은 『사건정황 자체가 어지러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수사 부진을 「범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유사한 사건이 여러 건 발생한 곳에서 재발한 이번 사건에도 초동수사에서부터 소홀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부모가 아이가 없어진 사실을 발견하고 파출소에 신고한 시각은 상오 6시였다. 이에 관할 파출소는 집앞 철길 주변등을 건성으로 둘러보고는 부모에게 『좀 더 찾아 보고 없으면 본서 업무가 상오 9시에 시작되니 그때 신고하라』며 철수해 버렸다. 「자는 아이를 업어가는 이상한 일」로 치부한 셈이다.

 사라진 아이의 피살체는 결국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그후에도 경찰은 91년부터 잇달아 발생한 4건의 유사 사건과 연결해 본격 수사에 나서기는 커녕 아이의 아버지를 상대로 허술한 조서를 받는데 그쳤다.

 아이가 없어진 사실을 처음 발견하고 찾아 헤맨 어머니의 진술은 아예 받을 생각도 않았다가 파문이 확대된 나흘 후 처음 진술을 받았다. 현장과 피해자 주변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강력사건 수사의 기본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주민들이 『경찰의 미온적 수사 때문에 유사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난하자 『과거에도 신고안내 벽보와 반상회 등을 통해 적극적인 공개수사를 폈지만 주민들의 협조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주민들을 탓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 경찰을 믿지 않는다. 『이곳을 떠나든지 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휴가철이면 수많은 피서객이 찾는 해변 마을은 지금 스산한 공포의 마을로 변하고 있다.【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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