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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루는 바로 설수 없다/박무 경제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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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루는 바로 설수 없다/박무 경제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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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경영을 일선에서 직접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공무원들이다. 공무원들이 우수하고 사기가 높아 헌신적으로 일을 하면 국가경영이 그만큼 잘 돼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경제가 신화적 성장을 하게 된 비결을 관료의 우수성과 정부조직의 효율성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일본성장의 비결

 일본의 대장성은 「주식회사 일본」이 자랑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기민한 「자금부」이며 통산성은 막강한 영업력을 가진 세계 제일의 유능한 「영업부」라는 평을 들었다. 자금과 영업이 좋으면 회사가 잘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주식회사」일본이 잘된 것도 자금부역할을 해준 대장성과 영업부노릇을 해준 통산성이 강력하고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관료들이 국가경영을 그만큼 잘했다는 얘기다. 지금은 일본의 관료조직에 대한 비판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세계 정상에 우뚝 올라서기까지 일본 관료들의 열성과 헌신, 그 우수성과 능력이 기여했던 바가 컸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도 지난 60∼70년대 고도성장기에 관리들이 헌신적으로 경제개발에 열의를 보였었고 엘리트 관료집단의 우수성과 능률적인 정부, 강력한 「조장형」경제시책들이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낳게 한 하나의 요소였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의 평가가 일치하고 있다. 부패와 비효율, 규제와 간섭때문에 정부와 관료집단의 존재가 오히려 짐이 된다는 얘기도 요즘에는 없지 않지만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정도의 경제수준에서는 정부의 능률성과 정책의 효율성이 성장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불가결한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며 중진국중에서도 비틀거리는, 도로 후진국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는 「초급」중진국밖에 안되기 때문에 앞으로 한참 더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성장을 해야 하고 그러자면 정부의 성장 견인역할이 아직 더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아마 건국이래 처음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사기가 극단적으로 저하돼있는 실정이다. 

○극단적 사기저하

 복지부동이니 복지안동이니 하며 놀림감이 된 듯한 수모를 당하고 있고 질타와 책망, 조사와 감시, 비난의 대상이 돼서 온갖 수난을 도맡아 당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고도성장기에 가졌었던 보람과 사명감, 헌신적 열정과 국가적 성취에 대한 애정같은 것은 이제 눈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기획원 재무부 상공부같은데서 우수한 인재들이 줄이어 사표를 던져버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게 다 선진국적 현상이라며 오히려 좋게 보기도 하는 모양이나 선진국 문턱을 넘을 때까지 계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책의 효율성과 행정의 능률성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우수하고 촉망받는 인재들이 정부를 떠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일 수 없다. 

 공무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기와 명예다. 국가공무를 수행한다는 자존심도 가질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타락한 일부 부패공무원 때문에 공무원사회 전체가 매도당하고 경멸받는 듯한 최근의 경향은 국가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매우 위험한 풍조가 아닐 수 없다. 평균적인 생활비에도 미달하는 봉급도 물론 획기적으로, 눈딱감고 한번에 2배 이상  대폭 올려주는 식으로 개선을 해야 한다. 『빈 자루는 바로 설 수 없다』는 속담처럼 배고픈 공무원이 일을 바르게 할 수는 없다. 최소한 먹고 사는데는 걱정이 없도록 해주고 그 다음에 추상같은 규율로 기강을 잡아야 할 것이다. 

○획기적 개선시급

 그러나 처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우」다. 존경까지는 못간다 하더라도 중요하고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대한 사회적 평가는 제대로 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국가경쟁력강화를 국가 제1의 시책으로 내세워 강조하면서 국가경영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내년도 예산의 막바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다시 한번 공무원 처우 문제를 심각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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