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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상문화/이형기(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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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상문화/이형기(메아리)

입력
1994.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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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7월부터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 수 없다.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다 적발되면 5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담배자판기도 97년부터는 설치할 수 없다. 보사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안을 마련, 올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키로 했다. 우리나라가 어른은 물론 청소년까지도 흡연율 세계1위라는 오명을 씻어보려는 정부의 노력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폭력내용의 성인용비디오테이프를 미성년자에게 대여해준 4명의 대여업자가 벌금 1백만원에 약식기소됐다. 그동안 불법음란비디오테이프를 대여·판매해온 업자들이 처벌을 받은 적은 많았으나 공륜심의를 마친 성인용비디오를 미성년자에게 대여했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가지 사안을 접하면서 오늘의 청소년들의 건강을 생각해본다. 담배가 육체건강에 해롭다면 폭력·성애등 저질영상물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독소다. 육체와 정신 모두가 건강해야 할 청소년들에게 어느 것이 더 나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시절 저질영상물로 황폐해진 정신은 치유하기가 어렵다.

 「청소년 대화의 광장」이 최근 전국의 초중고생 1천6백여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를 조사했다. 청소년들은 아버지(8.5%) 어머니(11.8%) 보다 영화 TV 비디오등 영상문화의 영향(13.6%)을 가장 크게 받는다고 대답했다. 영상매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조사지만 오늘날 저질영상물은 청소년들 앞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방학중인 요즘 영화관의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을 겨냥한 폭력물과 알맹이 없는 로맨틱코미디영화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애영화도 상당수다. 비디오방이나 비디오대여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비디오테이프는 살인과 파괴로 채워진 폭력화면이다.

 가족이 함께 보는 TV 역시 아슬아슬하다. 미국상류사회 고교생들의 우정과 이성문제를 다룬 외화시리즈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의 경우 애정표현이 지나쳐 자녀들과 함께 보기가 민망스럽다. 요즘은 청소년들의 영어실력을 높여준다는 구실로 우리말 녹음을 하지 않고 원어와 자막을 동시에 내보내고 있다. 섹스를 암시하는 노골적인 대사와 욕설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방송됨은 물론이다.

 담뱃갑에는 「흡연은 폐암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다. 영상산업종사자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이 경고문을 영상에 맞게 바꿔 가슴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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