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경보기 꺼놓고 비상구 허울만/종업원,손님 버려두고 줄행랑/당국 형식적 지도단속도 한몫 17일 심야에 발생한 서울 중구 주교동 파레스룸살롱 참사는 업주의 탈법과 당국의 형식적인 지도단속이 빚은 합작품이었다. 순식간에 많은 인명피해가 일어난 원인은 자동화재탐지시설 작동불능, 인화성·유독성 내장재, 종업원의 비상시 대처능력 전무, 무용지물인 비상구, 미로 같은 통로등이다. 이같은 사고는 수 많은 룸살롱 카바레같은 유흥업소에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입증, 나사 풀린 안전관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화재발생시각은 손님들 대부분이 만취한 시간인 밤11시30분. 종업원이 매캐한 연기로 불이 난 사실을 알았으나 울렸어야할 화재경보기는 먹통이었다. 평소 오작동이 많아 자동화재 감지시설의 전원스위치를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자동 화재탐지시설은 누전으로 인한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섭씨 72도이상의 열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비상경보음이 울리게 돼있다. 수동으로 작동시켜 놓을 경우도 버튼을 누르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탐지시설의 전원스위치가 내려져 설사 종업원이 수동으로 작동시켰다 해도 경보음이 울릴 수 없는 상태였다. 경보기만 작동하고 종업원들이 손님들의 비상탈출을 유도했다면 화학성 내장재가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와 연기가 확산되기 전에 충분히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손님 14명에 남녀종업원이 20명이나 있었는데도 평소 비상시 대피훈련등이 전혀 없었던 종업원들은 자체적으로 불을 끄려다가 신고가 늦은데다, 자신들의 탈출에만 급급하다시피 했다.
내부구조도 희생자를 많이 낸 결정적 요인의 하나였다. 70평 공간에 15개의 방을 설치해 통로는 미로나 다름 없었다. 게다가 비상구 두개중 한개에는 창문을 통해 외부로 통하도록 외벽에 고정 철제사다리가 설치돼 있었으나 방음벽을 세워 이용할 수 없었고, 옆건물과 통하는 다른 비상구는 평소 종업원들만 이용하는 것이어서 손님들은 찾을 수도 없었다.
서울시 소방본부측은 2월23일 출입구 유도등과 자동화재탐지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2월 28일 보완명령을 내렸으며, 3월17일 재점검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점검당시 작동되지 않은 이유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스위치를 내리고 영업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김삼우·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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