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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열사 박물관 헤이그에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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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열사 박물관 헤이그에 세운다

입력
199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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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한 서린 「드용호텔」개조… 내년 개관 추진 헤이그시 와건스트라트 124번지의 허름한 3층건물. 1층의 당구장에만 드문드문 사람이 오갈뿐 2, 3층은 사람의 발길이 오래전에 끊긴 폐가 처럼 보인다.

 한때 「드용」호텔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이 건물은 이준열사가 을사조약체결후 망국의 한을 삭이지 못해 자결했던, 민족의 비애가 서린 곳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갈곳 없는 현지청년들이 하룻밤씩 묵고 가던 2,3층은 허물어진 담벼락과 녹슨 철골이 흉물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사람이 살고있는 1층은 당구장으로 이따금 뜨내기 손님만이 드나들 뿐이다.

 90년 가까운 세월동안 우리에게 잊혀졌던 이 잿빛건물은 그러나 이제 한 교포사업가에 의해 박물관으로서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88년 서울에서 이준열사 추모행사에 우연히 참석하게 된 것이 인연이 돼 열사의 박물관건립계획을 세웠던 이기항씨(58)는 열사가 자결했던 이 곳이 유럽에서는 유일한 독립운동사적지인 것을 알고 건물보존작업에 나섰다.

 소유주인 헤이그시와 건물매매계약에 나서는 한편 순국당시 열사의 기록을 찾느라 국립문서보관소등 여러 관공서의 문서보관서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다행히 1907년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의 화보와 각국 초청문서등을 확인해 적지 않은 수확을 얻었지만 정작 중요한 건물인수작업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시당국의 협조로 2,3층은 가계약을 맺어 사실상 인수작업을 마쳤으나 56년간 당구장만 운영해왔다는 1층의 현지인이 건물비우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이그시 당국은 암스테르담의 「안네의 집」처럼 이곳을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려는 계획으로 적극적인 중재를 하고 있어 올해말이면 건물인수가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이 3층건물은 열사순국 88주기와 광복 50돌을 맞는 내년에는 박물관으로서 햇빛을 보게된다.

 지난해 사단법인 「이준 아카데미」를 설립, 지금까지 두권의 열사전기를 발간하고 추념행사를 치른 이씨는 박물관이 완공되면 이 곳이 열사의 유품전시장과 장학사업등으로 유럽교민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부수리가 마무리될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열사유품수집활동에 들어갈 이준박물관이 유럽최초의 민족박물관으로 탄생한다면 10만 유럽교민의 살아있는 정신적 구심점이 될것이 분명하다.【헤이그=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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