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주제 수필·소설·시 쏟아져/“주제 무게 눌려 문학성 매몰 경계해야”문학에도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녹색문학」을 지향하는 시 소설 수필 등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고, 한국현대시인협회(회장 권일송)는 지난 5∼6일 강원도 원주군 화승레스피아에서 「현대시와 녹색시학」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수필집 「병든바다 병든 지구」(김지하 외지음·범우사간), 소설 「핵풍」(문승식지음·참빛간), 시집 「아침의 아가페는 끝났다」(김명근지음·트인간)와 「생명의 꽃」(김수경지음·미래문화사간) 등이 그런 작품들이라고 볼 수 있다.
80년대 이후 시인 정현종씨, 소설가 김원일씨 등이 간간이 환경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고 시인 김지하씨 문학의 「생명사상」 역시 녹색 주제를 강력히 부각시킨 바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한꺼번에 양산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경향은 한낱 소재주의에 빠져서 문학성보다는 사회성과 선명성이 지나치게 강조될 위험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과 지구보존을 21세기적 과제로 받아들이고 위기의식을 공유하려는 작가들의 진지성의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병든 바다 병든 지구」는 시인 민영 박재삼씨, 아동문학가 이오덕씨, 소설가 한승원씨, 한완상 서울대교수 등 문인 및 학자 34인이 신음하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그린 단상집이다. 이 책에서 김지하씨는 『환경을 생명으로 보는 의식의 전환과 세계관의 변혁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오덕씨도 『개구리의 장엄한 합창도 벌레들의 노래의 강물도 옛얘기가 되어가고 있다』며 『언젠가 그들이 멸종되어버린다고 할 때 인간은 과연 어떤 상태로 땅위에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현실을 슬퍼하고 있다. 핵의 위험성을 강조한 「핵풍」은 90년 충남 안면도 주민들의 핵폐기물 시설 건설 반대투쟁을 지켜본 체험기이다.
「아침의 아가페는 끝났다」와 「생명의 꽃」은 각각 환경녹색시집과 환경재해시집이란 타이틀로 출간됐다. 「생명의 꽃」은 수록시마다 「온난화현상」 「미나마타병」 「폐수의 늪」 「반딧불」 「큰팽이밥」 등 구체적인 주제를 들어 황폐해가는 지구와 생명체를 비교하고 있다.
평론가 김병익씨는 『문학작품이 사회적 이슈를 좇거나 목적의식을 강하게 나타낼 경우 작가의식과 문학적 가치가 그 안에 파묻혀 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환경은 작가로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여러가지 모티브와 사고의 갈래 속에 소화하는 대작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시와 녹색시학」 세미나에는 장윤익 전인천대총장, 홍신선 수원대교수, 엄정섭 관동대교수 등이 참석해서 시를 통해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확인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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