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미해결 쟁점/폐연료봉 영구폐기/특별사찰 시기형태/NPT 완전복귀/영변원자로 가동중단 제네바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발표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향후 양측이 취할 「준비」가 돼있는 조치들의 나열로 일관하고 있다. 즉 이번의 합의발표문은 「가능성의 합의」 또는 「합의된 가능성」인 셈이다. 이러한 합의형식의 불완전함은 합의내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 아직 미해결의 쟁점이 많이 남아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한국형경수로지원, 잉여전력의 공급등을 추진하면서도 특별사찰수용등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그 전제로 삼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와관련, 우선 검토돼야 할 것은 이번 합의문에서 북한이 제시한 핵개발계획 동결의 불완전성 부분이다. 북한은 합의문에서 현재의 흑연감속로를 중심으로한 핵개발계획의 동결용의를 밝혔지만 북한이 실험용원자로라고 주장하고 있는 영변 5MW 원자로의 가동중단 및 폐연료봉의 영구폐기 부분은 빠져 있다. 더욱이 북한은 이번 북미회담에서 8∼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는 경수로건설기간에 원자력 요원의 훈련과 기술습득을 위해 5MW 원자로를 계속 가동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북한이 당초 대화의 기초로 제시한 5MW 원자로에 대한 핵연료봉 재장착금지약속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 이번 합의문에는 5MW 원자로에서 인출한 폐연료봉의 처리방법과 관련, 재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적인 언급이 있을뿐 수조속의 보존기간을 연장하고 나아가 영구폐기하는 시기나 방법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당초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제기됐던 핵연료봉의 영구폐기에 대한 북한측의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북한핵의 과거부분에 있어서도 합의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합의문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을 이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핵심이 되는 특별사찰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IAEA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미국은 합의내용에 대해 북한이 특별사찰을 수용한 것으로 희망적인 해석을 하고 있으나 『특별사찰수용의 시기나 형태는 결정된바 없다』고 말꼬리를 흐리고 있다. 또 특별사찰이 이루어지려면 북한과 IAEA간의 협상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번 북미회담에서는 이와관련된 아무런 합의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이와함께 핵확산 금지조약(NPT)에의 잔류용의를 표명하고 있을뿐 한미 양국 및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요구해온 「완전복귀」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NPT탈퇴유보를 내세워 조약상의 특수지위를 주장했던 과거의 입장과 하등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합의문 내용에 있어서 지적돼야할 미해결쟁점중 또 한가지 중요한 부분은 미국을 포함, 관련국들의 입장과 역할에 대한 고려가 결여돼 있다는 대목이다. 따라서 한국은 물론 북한핵문제 해결에 관심 또는 개입의사를 표명해온 일본 러시아 중국등의 참여정도 및 역할은 앞으로 풀어가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한국형경수로를 북한에 지원할 경우 한국을 포함, 관련국간 비용분담부분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더욱이 남북관계에서 비롯된 특수한 부담을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한국형경수로지원시 재정분담의 규모와 방법등에서 미국과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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