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영화산업참여가 한국영화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곶감빼먹기식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외화수입과 비디오판권에만 신경을 쓸뿐 한국영화진흥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있어 기업윤리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영화계 진출은 2∼3년 전만해도 영화계의 반대로 전망이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미국영화직배사들이 국내시장을 독점, 영화인들의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대기업의 영화산업진출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국산영화제작자들은 비디오판권선매나 공동제작의 형식으로 대기업과 다투어 손잡고 있다. 나아가 영화인들은 대기업이 국내영화산업에 비전을 제시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할리우드영화와 맞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난 대기업의 영화계활동은 영화인들의 이러한 기대를 무너뜨리고 영화인들에게 좌절감과 함께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삼성계열의 드림박스는 지난 13일 복합극장으로 재개관한 명보플라자의 2개관을 임대, 극장운영에 첫발을 내디뎠다. 드림박스는 당초 홍콩영화 「이연걸의 보디가드」를 개관프로로 선정, 2개관에서 상영하려 했으나 한국영화를 푸대접한다는 비판여론이 일자 「나의 사랑, 한국영화」라는 이름으로 「마부」(61년)「서편제」 「고래사냥」 「장군의 아들」 「화엄경」등 재탕한국영화를 상영,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삼성계열의 삼성나이세스는 최근 ▲오페라영화 「나비부인」의 한불합작 ▲미 캐롤코영화의 제작참여 및 배급을 골자로 한 영상산업참여계획을 밝혔다. 각각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규모가 큰 프로젝트임에는 틀림없으나 「나비부인」의 경우 출연진 및 스태프가 거의 프랑스인이어서 두 가지 모두 한국영화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다. 계획만 그럴듯할뿐 내용적으로는 외국영화의 판권확보와 수입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동안 영상산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 온 대우그룹은 CATV사업부의 대우시네마네트워크를 통해 영화 「커피 카피 코피」를 완성, 대기업의 직접제작시대를 열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커피…」는 남녀간의 애정줄다리기를 그린 로맨틱코미디영화로 흥행의 안전성만을 염두에 둔 안이한 기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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