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고아 수출국」으로 알려져 있다. 수출이라고 한다면 돈이라도 벌어야 할텐데, 수익 사업도 아닌 「고아 수출」로 왜 이렇게 수치스러운 악명을 얻었을까? 전쟁 직후에는 전쟁 고아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주로 미혼모의 아이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수용시설에 맡겨진다. 이들이 결국 국내에서 양부모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입양되어 고국을 떠나는 것이다.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여 정부는 이미 지난 89년에 96년부터 해외입양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최근 이 결정을 사실상 철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마도 세계에서 우리만치 혈연을 중요시하는 민족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내 「핏줄」의 아들을 얻어서 대를 이어야 한다는 관념이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있다. 그러기에 내 핏줄이 아닌 다른 아이를 양자로 들여서 대를 잇게 하는 것은 아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간주하였다.
우리의 고아나 버림받은 자식들이 국내에서 양부모를 찾지 못하고, 결국 해외 입양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바로 이런 문화적인 관습의 결과였다. 도대체 핏줄이 무엇이길래 우리의 아이들을 이렇게 해외로 내몰고 있을까?
이런 입양아들이 보내지고 있는 구미 사회의 문화는 우리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즉 이런 사회의 부모네들은 입양한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키우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고 즐거움이다. 특히 신체적인 장애의 정도가 심한 고아도 입양해서 부부가 온갖 고생을 하면서 키우는 그들의 태도는 우리문화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은 아무런 보상도 기대하지 않는다.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관념도 그들에게는 전혀 없다.
이에 반해서 우리는 내 핏줄만이 믿을 수 있고, 핏줄이 다른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마치 「헛 농사를 짓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뿌리 깊이 남아있다. 이런 관념이 여전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한, 시설에 보호되고 있는 아이들의 국내 입양을 촉진할 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앞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 이런 관념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이문웅·서울대교수·인류학>이문웅·서울대교수·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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