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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대차대조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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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대차대조표(사설)

입력
199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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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단체는 말할것도 없이 국가가 대외적으로 「위협과 공갈」로 이득을 챙기는 것은 불법·범법행위다. 북한은 오늘같은 데탕트시대에 근1년반동안 핵위협과 공갈끝에 미국과 3단계회담에서 엄청난 전과를 얻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같은 북한의 핵놀음과 실리챙기기를 우리정부가 「강건너 불구경」하다가 막대한 선물비용만 모두 떠맡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은 중심을 못잡은채 흔들려 왔다는게 중론이다. 작년초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족우선―민족복리」를 내세우며 북한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이인모노인을 조건없이 보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는 커녕 3월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로 일격을 가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협상―결렬―일전불사등으로 전략을 구사하는동안 그때마다 정부는 강온으로 오락가락했고 외교안보팀의 란조까지 보여 국민을 실망시키기도 한 것이다.

 김일성사망 후 김정일새체제는 불안정할 것이라는 관측을 뒤엎고 오히려 미국의 「조기타결심리」를 이용, 끈질긴 협상끝에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은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생산하겠다고 공갈쳤던 핵연료봉을 폐기하고, 실제 계속할 능력도 없는 50원자로 건설등을 포기하면서 미국의 체면유지를 위해 NPT에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 대신 경수로 원전지원, 이를 건설할 때까지 대체에너지제공, 연락사무소교환, 금수완화등을 따낸 것이다.

 한국이 전통적인 혈맹우의를 바탕으로 북핵해결에 있어 미국과 철석같이 믿고 다짐했던 공조와 철저하고 광범위한 접근방식도, 어떻게든 핵을 타결지어 외교 무능에서 벗어나려는 클린턴정부의 의도에 의해 여지없이 무시되고 만셈이다.

 우리정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연락사무소의 경우 외무부는 단순한 외교적 연락기구에 불과하다고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으나 북한으로서는 한국전 후 44년간 원수로 여겨온 미국과의 문을 열고 또 목을 눌러왔던 금수를 사실상 풀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막중한 것이라 하겠다.

 정부로서는 말썽많은 북한의 핵소동을 일단 가라앉히고 또 경수로원전을 거의 한국형으로 추진하게 된다는 점등을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그런데 북미간 합의에 과거 핵규명에 필수적인 「특별사찰」대목이 보이지 않는다. 경수로 건설비용을 물게 되는 납세자인 국민으로서는 씁쓸하기 짝이 없다. 특별사찰은 물론 남북대화 재개도, 납북자 및 억류자 송환도, 이산가족재회에 대해 어떠한 다짐도 없는 상황에서 큰 부담만 지게 된다는데 어이가 없는 것이다.

 이제 NPT탈퇴이후 1년반의 핵곡예를 거쳐 북미회담서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이 얻은 이해득실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씁쓸하다. 국민에게 실망과 즐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준 안보외교팀은 이번 합의결과에 대해 깊이 반성,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그런 뒤에 한반도안정과 관련, 대북정책을 비롯, 대미·일, 나아가 주변 강대국에 대한 정책을 전면재검토, 재정립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이해경쟁은 냉엄한 현실이다. 대북정책, 대북외교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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