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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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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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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에서 국제회의가 열렸다. 쉬는 시간이 되자 참석자들은 시원스런 분수대 주변에 모여 들었다. 이때 독일대표는 분수대의 구조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프랑스인은 화려한 불빛과 물줄기를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 일본인은 메이드 인 재팬 상표를 보며 흐뭇해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국대표는 연못 속의 금붕어만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저놈을 튀겨 먹어야 하나, 삶아 먹어야 하나」 ◆언제 어디서나 실리만을 앞세운다는 중국인의 특성을 빗댄 우스개 말이다. 물론 경우를 어겼을 때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들 입에서 자랑이 시작되면 끝이 없다. 역사, 넓은 땅, 많은 인구까지 포함된다. 그런데 말없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자랑이 하나 있다. 「뛰어난 상술」이다. 매사에 실리를 좇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경쟁업체끼리 싸움을 붙여 가격을 후려치는 것, 상대방이 서두르면 짐짓 시간을 끌어 지치게 하는 것, 조작된 정보를 흘려 오판을 유도하는 것, 계약서를 유리하게 꾸몄다가 문제가 되면 깜빡 실수로 호도하는 것, 상황이 절박해지면 눈물을 흘려서라도 목적을 달성하는 것등이 모두 고전적 상술로 통한다. ◆한중교역은 정상화 2년만에 규모가 1백억불에 이른다. 우리로서는 3대교역국의 하나가 됐다. 그런데 뛰어난 상술이 최근 엉뚱하게 빗나가 곳곳에서 분쟁이다. 불량품으로 바꿔치기, 시간이 지나 불리하다 싶으면 계약마저 파기하기, 물품인수 후 잠적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도와 정도를 벗어난 상술이다. 올들어 7월말까지도 12건이 발생, 작년 1년동안의 13건에 맞먹고 있다. ◆요즘들어 중국상술과 분쟁사례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는 게 그래서 예사롭지가 않다. 이웃 일본상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법과 분쟁전문가를 파견해 오고 있다니 아직도 우리는 그곳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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