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거쳐 핵성과 따라 단계적 확대/북 「핵카드」 활용고수… 지루한 공방될수도 미국과 북한이 3단계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핵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되면 양국관계를 「정상화」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봄에 따라 양국의 외교관계 수립은 사실상 절차와 시간문제로 좁혀졌다. 관계정상화가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를 말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수교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 미국간에 수교까지 이르면 한반도 주변정세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시점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수교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적지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한다. 양측이 원칙에 합의한 관계정상화는 기본적으로 북한핵의 투명성 보장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관계정상화와 함께 합의한 핵투명성 보장에 어느정도 성의있게 호응하느냐에 외교관계 진전의 완급이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향후 관계정상화및 경수로전환 지원협상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따내기 위해 핵카드를 마지막 순간까지 활용하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협상을 시간벌기로 사용할 것인지 여부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외교관계협상의 시간표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미국 역시 관계정상화보다는 핵투명성 확보에 치중할 것이기 때문에 쉽게 고위단계의 외교관계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북한을 적성국으로 지정하고 일체의 무역이나 인적교류까지 금지했던 미국으로선 핵문제의 명확한 성과없이는 외교관계 협상을 선뜻 진전시키기 어려운 입장이다. 또한 한국과의 협의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따라서 협상은 상당히 지루하게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3월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위협이후 북한이 보여준 협상태도는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있다.
실무적으로도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계는 여러단계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은 현재 초보적인 외교관계도 갖고있지 않다. 외교관례상 적대관계의 국가간 관계정상화는 초보적인 단계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과거 미국이 중국이나 베트남과 관계정상화를 시도했던 전례를 보더라도 곧바로 수교까지 가는 상황은 거의 예상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72년 닉슨의 중국방문에 이어 73년5월 고위급 외교관을 사무소장으로 하는 연락사무소를 북경과 워싱턴에 상호설치했다. 이 연락사무소는 사실상 대사관의 지위를 갖고 있었으나 공식적인 국교수립은 대만문제등에 걸려 6년후인 79년1월 이뤄졌다.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정상화 역시 오랜 시간 난항을 거듭했다. 미국은 89년 베트남이 캄보디아에서 철수하자 2년후인 91년 금수및 관광금지조치를 해제했다. 이어 3백만달러 원조를 약속한 미국은 93년5월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뒤 지난 5월 상호대표부설치에 합의했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도 단계적인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우리측의 양해아래 고위급의 공식회담을 통해 협상하고있는만큼 과거 우리나라와 구소련의 방식처럼 민간사무소 형식을 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어떤 형태든 처음부터 정부차원의 사무소가 설치될 공산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는 통상및 영사업무등 제한적 기능의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초보적인 수준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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