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땐 경협 등 급진전 가능/북서 「별도카드화」면 기대못해 북한과 미국간에 「관계개선」문제가 본격 논의될 전망이어서 남북관계도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됐다. 특히 우리정부는 그동안 북미관계개선 논의를 남북관계, 좁게는 남북대화와 사실상 연계시켜두었기 때문에 북미간 대화의 수위는 그대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북미간의 관계개선은 일차적으로 남북간의 관계를 호전시킬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상정되고있다』면서 『북한이 무엇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응하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가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북한의 「의도」에 따라 북미관계개선이 진전될수록 남북관계가 호전될 수도 있고 반대로 대화자체가 동결되는 상황이 올 수도있다는 관측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북미관계개선의 진전모양이 한반도의 상황과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한미간의 의견조율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고있다.
우선 북한이 미국과의 「합의」대로 핵개발을 포기하면서 그 대가로 경수로원전으로의 전환을 원하고있으며 이를 미국과의 관계개선의 시발점으로 삼으려하고있다면 북미관계개선은 향후의 남북관계를 크게 호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미관계개선의 출발점이 되는 북한의 경수로원전 도입이 우리정부의 개입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전제 될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지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사실상의 개방을 용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이상으로 우리정부와의 관계에 신경을 쓰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이 미국과의 단순한 경제협력 차원이 아니라 문자그대로 「포괄적관계개선」쪽으로 나가기를 원할 수도 있으며 이경우 남북간의 대화진전이 북미관계개선의 속도를 앞지를 수도있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남북간의 관계개선이 전제될 경우 보다 손쉽게 북미관계개선의 논의를 이끌수 있다는 판단이며 이는 한미간의 「사전약속」이기도 한 대목이다.
반면에 북한이 핵무기개발 자체를 김정일체제의 존속을 위한 카드로서 보유해왔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있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북한이 핵카드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이끌어낸 만큼 남북관계개선을 제2의 카드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정부로서는 한미공조에 의지한다는 소극적인 대안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으며 북한은 이같은 한계를 십분 활용하려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가능성은 미국이 이번 북미 3단계회담에서 우리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남북대화부분을 뚜렷이 언급하지 않은 대목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 핵문제를 「한반도적 상황」이 아니라 미국주도의 「국제적 비핵화 문제」로 이끌어가려는 북한의 의도와도 연계될 수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북한은 남북관계를 핵문제와는 별도의 차원에서 다루려 할 것이며 따라서 북미간의 관계가 개선될수록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신중한 전망과는 관계없이 북미관계 개선은 역시 남북관계의 호전과 함수관계를 이루며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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