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 산업사회 모순서 파악 여성 문제를 다루는 연극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공연돼 큰 호응을 받았던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러한 추세는 연극 관객의 6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과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큰 울림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당세실극장의 1백50회 기념특별공연인 「보·아타」와 극단 산울림의 「현대해외 명작시리즈」 첫 작품인 「러브 차일드」는 페미니즘을 공통된 주제로 삼고 있다.
이 연극들은 또한 미국의 제인 마틴(보·아타)과 호주의 조안나 머레이 스미스(러브 차일드)라는 외국 신예여류극작가들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면서 여성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의미가 있다. 여성의 문제를 산업사회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바라보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9월5일까지 마당세실극장(737―5773)에서 공연하는 「보·아타」는 외도하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급기야는 정신병에 걸린 중산층 여인 아타(김지선 분)가 도둑질을 하러 온 보(김연재 분)와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세상물정을 모르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아타는 남편의 부당한 행위에 대항할 생각도 못한다. 그러나 보의 도움으로 남편으로부터 독립해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시카고의 변호사 부인인 아타와 생계를 위해 남의 집을 털어야 하는 보의 인생을 대비함으로써 산업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으며, 동시에 계층별로 각기 다른 억압에 처한 여성들의 문제를 짚어내고 있다.
연출자 장수철씨(36)는 『현대사회의 구조는 물질적인 토대에 기반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억압 역시 물질사회의 구조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생아라는 뜻의 연극 「러브 차일드」(28일까지. 334―5915)는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딸 빌리(박근숙 분)가 유명 탤런트가 돼 생모 안나(이승옥 분)를 찾아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딸은 어머니가 엉엉 울면서 자신을 반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방송편집인인 어머니는 냉랭하다. 안나는 이제 자신을 억누르는 성격이 돼 버렸다. 그는 17세에 사생아를 낳았지만 『일을 하기 위해 딸을 찾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딸은 어머니의 지독한 이기주의에 마구 대들지만 어머니는 『나는 시대의 희생물이었다』고 변명한다.
둘이 대립에서 화해로 다가갈 무렵 빌리는 『나는 진짜 딸이 아니다』라고 고백한다. 『생모가 너무 보고싶어 비슷한 사람을 어머니로 삼을 생각이었다』는 말로 극의 흐름을 뒤집는다. 그러나 다시, 모성애를 억지로 누르고 있었던 안나가 빌리를 딸로 삼음으로써 극은 행복한 결말에 이른다.
어머니와 딸의 대화가 시종 날카롭게 부딪치면서 박진감있게 전개되는데, 그 안에서 일하는 여성의 쓰라림과 모녀간의 원초적인 정이 진하게 느껴진다. 의자 하나에 28만원이나 한다는 공들인 무대장치도 극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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