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M」등 무려 7편… 편중 부작용 우려/시청률 의식 전문성보다 사생활 집착도 문제 「종합병원」 「천국의 나그네」(MBC), 「남자는 외로워」 「창밖에 부는 바람」(KBS), 「이 남자가 사는 법」 「작별」(SBS)에서 MBC 미니시리즈 「M」까지. TV 3사의 20여개 드라마중 3분의 1 정도가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다. 이를 방송횟수로 보면 MBC는 1주일에 9번, KBS는 8번, SBS는 4번이나 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다.
시청자들로부터 『어떻게 된 게 전부 의사판이냐』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속의 직업은 작가들의 경험을 반영하듯 방송·광고분야에 집중됐으나 최근 갑자기 의사로 바뀌었다.
이같은 현상은 드라마 속의 직업편중이란 폐단 외에 특정직업의 선호와 직업에 대한 차별의식을 심어준다는 면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이들 드라마는 의사가 병원에서 맞닥뜨리는 진지한 인생의 편린들을 다루기보다는 「전문성」은 제쳐두고 불륜 애정 폭력등을 주제로 삼으면서 단지 출세의 상징으로 의사란 직업을 손쉽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환자를 다루거나 병원 내에서의 근무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의학전문드라마인 「종합병원」조차 흥미유발을 위해 병원 내 사랑놀음에 집착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 문제로 의료행위와 환자와의 관계등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비중을 두려는 작가와 시청률을 의식, 의사들 간의 사랑을 다루려는 연출가 사이에 마찰까지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창밖에 부는 바람」에서는 시어머니(김용림 분)가 의사인 둘째며느리(곽근아 분)를 『닥터 박』이라고 부르며 소중히 하는 반면 가정주부인 맏며느리(이혜숙 분)를 구박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종합병원」과 「천국의 나그네」에서 거의 같은 유형의 인물이 중복돼 나타나는 것도 결국은 무분별한 의사직업의 남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드라마 「종합병원」의 소재가 된 신문 「청년의사」(격주간)를 만들면서 최근 같은 제목의 책도 펴낸 바 있는 이왕준씨(서울대병원 일반외과 레지던트)는 『드라마에 의사의 등장은 피할 수 없지만 단지 그들을 상류사회의 상징으로 설정, 여유있게 살면서 다른 사생활(불륜 애정행각등)을 누릴 수 있는 대상으로 마구 내세우는 것은 직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가치를 해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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