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당초 거부감 완화/안정성·경제효율 평가한듯/「국제적 건설보장」에 더 관심 북한은 이번 북미 3단계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형 경수로 지원 제안에 대해 처음으로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는등 몇가지 사안에 있어서 종전과는 다른 입장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변화를 회담의 최종결과와 관련시킬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북한이 회담을 진행시키는 속도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빨라졌다는 것이 정부측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카드는 숨긴 채 상대방인 미국측의 「진을 빼놓는」 이제까지의 협상태도를 다소 누그러 뜨리는 변화를 보이면서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역시 경수로 지원문제이다. 미국측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 양국의 협의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동결약속이 이행되면 한국형경수로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북한은 이같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감을 표시했으나 나중에는 『경수로의 착공에서부터 완공에 이르는 전기간에 국제적인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만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언급은 경수로의 건설이 도중에 정치적인 이유등으로 중단되는 사태없이 진행된다는 국제적인 보장만 있으면 어느나라 형을 선택하느냐는 문제는 미국측에 일임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의 의지대로 대북경수로 지원시 한국형원자로가 모델로 선정될 가능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어 미국이 의도하고 있는「광범위하고 철저한 타결」에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이 한국형경수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무엇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 북한은 체제대립이라는 남북관계의 특수상황을 의식, 표면적으로는 러시아형 경수로를 희망했지만 내심으로는 애초부터「경수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만 있다면 어느 나라것이든 상관없다」라는 목표를 설정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게다가 러시아형 경수로에 비해 미국의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자체개발된 한국의 표준형 원자로가 안전도나 경제적 효율면에서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도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해낸 중요한 원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북한은 경수로 건설비용을 한국이 주로 부담하게 된다는 사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미협상결과 결국 한국형 경수로로 낙점된다고 하더라도 해결돼야할 난제들은 남아있다. 북한의 대외적 입장을 고려, 북한과 미국이 경수로건설의 주계약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건설주체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무차원의 남북간 접촉은 오히려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정부로서는 우리측의 인력과 물자가 대량으로 북한에 유입되는 기회를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토대로 생각하고 있지만 반대로 북한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체제 내부의 상황변화에 따라서는 북한이 언제 또다시 태도를 돌변, 거부하고 나설지 예측키 어려운 것도 이때문이다.
북한은 경수로에 대한 입장변화 외에도 이번 회담에서 사용후 핵연료봉의 보존기간 연장 콘크리트 용기를 이용한 핵연료봉의 영구적 처리등 비교적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제안은 「전체의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회담의 전체적인 성과와 연결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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