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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직후 출입문 열고 승객유도/KAL대형참사 막은 사무장 김제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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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직후 출입문 열고 승객유도/KAL대형참사 막은 사무장 김제중씨

입력
199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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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대 편후 “이쪽…”/마지막 빠져나오자 연쇄 폭발 사고 여객기 사무장 김제중씨(33)는 『사고가 났다고 느끼는 순간 「빨리 문을 열어야 된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사고순간을 돌이켰다.

 김씨는 비행기가 착지하는 순간 습관적으로 시계를 들여다 봤다. 서울출발 약 1시간이 지난 상오 11시23분이었다. 그러나 착지후 활주하다가 멈춰야 할 기체가 평소보다 길게 미끄러지는 듯하다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치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조종실뒤 왼쪽 출입구옆에 앉아 있던 김씨는 순간 기체앞에서 왼쪽 두번째 비상구(L2)를 열려다 창문을 통해 불길이 보여 오른쪽 두번째비상구(R2)로 달려가 열고 탈출용 미끄럼대를 펼쳤다. 그러나 미끄럼대가 바람에 날려 문을 막아 버렸다.

 김씨는 다시 왼쪽 비상구쪽으로 되돌아 갔다. 앞에서 첫번째비상구(L1)를 열어 미끄럼대를 펼치고 승객들에게 『이쪽 문이 열렸다』고 소리쳤다.

 사고후 2∼3분만이었다.

 다행히 1백52명의 승객 대부분이 비상구에서 가까운 기체 중간의 좌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모두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기내에 남아있던 김씨는 기체 맨 뒤쪽에서 승객들의 탈출을 돕던  여승무원까지 빠져 나온 것을 확인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시커먼 연기가 기체 앞까지 가득 차 있었다.

 김씨는 『지상에 내려선 뒤 기체가 여러차례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는 가운데 승객들이 모두 무사히 탈출한 것을 확인하자 그저 쉬고 싶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미혼인 김씨는 88년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스튜어드로 입사, 줄곧 하늘에서만 근무해왔다. 동료 박은석사무장(34)은 『그는 평소 맡은일에 충실하고 선후배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며 『훌륭한 일을 해낸 동료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김삼우기자】

◎악천후속 무리한 운항 원인/제주공항 KAL기사고 왜났나/조종사 활주로돌풍 대응능력 미흡/당국도 통상기준만따져 통제소홀

 대형참사를 기적적으로 모면한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는 태풍경보속의 무리한 운항에 갑작스런 돌풍과 조종사의 대응능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제주공항은 태풍 더그의 직접 영향으로 순간 최대풍속 18.3m, 시속 12∼25노트(19∼40㎞)의 강풍이 불고 비가 내리는 기상조건이었으나 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해안에 위치해 평소에도 돌풍이 잦은 제주공항은 착륙을 위해 속력을 떨어뜨린 항공기가 바람에 휘말릴 위험이 특히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사고 여객기도 착륙을 시도하는 도중에 강한 돌풍이 옆쪽에서 꼬리부분을 치는 바람에 균형을 잃어 3㎞길이 활주로의 입구인 정상착지점을 훨씬 지난 활주로 2㎞지점에 착지, 안전착륙에 실패했다. 사고기는 이 때문에 활주로를 미끄러지다 활주로 끝의 보안철책에 오른쪽 날개가 부딪쳐 완전히 조종능력을 상실, 활주로를 벗어나 꼬리부분의 연료통이 울퉁불퉁한 지상에 충돌하면서 폭발과 함께 불길에 휩싸였다.

 따라서 1차적인 사고원인은 돌풍에 마주친 조종사의 대응 잘못에 있다. 그러나 항공사와 운항을 통제하는 항공당국이 통상적인 안전기준만을 따져 태풍경보에 따른 기상이변 가능성을 간과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통부등 항공당국은 제주공항의 사고당시 기상조건은 시계 5㎞, 구름높이 1천피트여서 시계 8백m, 구름높이 2백피트이상이면 착륙허가를 하도록 돼 있는 기준으로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운항조건을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항공사와 조종사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상업적 이익에 매달려 정규항공편외에 피서철 특별운항편까지 무리하게 운항을 강행한 항공사에 승객안전을 내맡기고 통제를 소홀히 한 항공당국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조희제기자】

◎사고기종/불 에어버스사 제작 최신형…  현재22대 운항중

 제주공항에서 착륙도중 사고를 낸 A300―600R기종은 프랑스 에어버스사가 최신항공공학을 이용해 제작한 기종으로 「제4세대 항공기」라 불리는 중·단거리용 A300시리즈의 최신형이다. 

 A300―600R는 전장 54.08m, 전폭 44.84m, 전고 16.53m에 이륙활주로는 2천6백m가 요구되며 중량은 이륙시 1백70.5톤 착륙시 1백40톤이고 순항속도는 시간당 8백40㎞, 최대항속거리는 9천5백㎞이다.

 사고기종은 87년부터 대한항공에 도입되기 시작, 현재 22대가 국내선(서울―제주, 서울―부산)과 국제선(한국―일본, 한국―동남아)에 운항중이다.

 대당 가격이 5백30억원인 이 항공기는 엔진은 영국에서, 부품은 독일 스웨덴등 유럽 여러국가에서 만들어 유럽 컨소시엄형태의 프랑스 에어버스사에서 최종 조립된다. 좌석수는 총 2백58석.【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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