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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전향적 제안… 핵타결 “진일보”/서서히 가닥잡는 북·미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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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전향적 제안… 핵타결 “진일보”/서서히 가닥잡는 북·미회담

입력
199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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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연료봉·흑연감속로 동결 등/핵투명성 「반쪽」불구 일단 긍정/경수로모델·보상규모 등 이현은 쉽게 못좁힐듯 제네바에서 개최되고 있는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은 중간 중간 쉬면서 회담을 속개하는 징검다리식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회담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양측이 새로운 제안을 번갈아가며 내놓아 상대방이 이를 검토하고 본국정부와 협의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5일에는 미국측이, 8일에는 북한측이 새제안을 내놓았다.

 제안과 역제안이 오고가고 협상이 중간중간 정지되는 것을 볼 때 일단 회담이 급진전 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절충을 통한 진전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게 현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날 회담결과를 놓고 양측은 처음으로 진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회담이 끝난후 북한대표부에서 가진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갈루치미국대표는 『회담은 실무적이고 유익했으며 일부 현안에 대해 진전을 보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복잡한 현안들이 많아 아직도 해결해야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강석주북한대표 역시 『의견차이도 있지만 이해를 본 부분도 많아 전망이 있다』고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측은 경수로형 원자로의 전환 및 폐연료봉 처리문제등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인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있다.

 북한측이 내놓은 제안의 내용은 핵개발 의혹의 뿌리인 흑연감속형 원전을 동결하는 대신 경수로형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적절한 반대급부적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강대표는 현재 영변과 태천에 건설중인 50및 2백의 흑연감속형 원전건설을 중단하는 대신 이로써 손실을 보는 것을 보상받고자 한다고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북한의 보상요구를 「온당하고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 경수로형 전환기간인 6∼10년의 전력공급 지원과 낙후된 전기시설 교체, 5 원자로의 건설운영비 보상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되고 있지 않다.

 이밖에 북한은 폐연료봉 처리문제와 관련, 「국제사회가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혀 냉각수조 보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미국등의 기술지원을 공식 요청했거나 지하매장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갈루치미대표는 북한의 제의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흥미있고 연구와 고려의 가치가 있는 제안』이라고 밝혀 일단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북한의 새제안을 워싱턴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긍정적인 부분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선별적인 수용입장을 밝혔다.

 두차례의 협상 결과 북한핵문제의 현재(폐연료봉)및 미래(흑연감속형 원전동결) 투명성 부분은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그러나 여전히 과거문제의 핵심인 특별사찰문제에 대해서는 거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또한 핵문제를 대미관계개선 목적 이외에 경제적 실리추구에도 이용하려고 하는 의사를 3단계 회담에서 확실히 드러냈다.

 양측은 일단 10일에 협상을 계속할 것이지만 경수로의 모델선택및 보상규모등에 대해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과거의 핵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관계개선 조치에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양측은 10일 또는 11일에 일단 3단계회담의 진행을 정지시키고 일정기간 휴회한 후 다시 3단계 후속회담을 가져 미합의 현안의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럴 경우 회담이 결렬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측이 주장하는 일괄타결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만큼 양측은 일부 진전상황에 대해 원칙적으로만 합의해놓고 구체적이고 완전한 타결은 좀더 시간을 갖고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수 있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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