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원·안기부·한적집계 달라/“국민생명보호 책임 소홀” 비판 이홍구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이 9일 국회 외부통일위 보고를 통해 밝힌 휴전 이후 납북자 총수는 4백38명. 그러나 이 숫자가 정확한 집계라고는 어느 정부당국자도 자신있게 단언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최근의 납북는 1987년 1월15일 제27동진호 선원 12명. 이후 7년간 새로운 납북사례는 없었으나 정부기관들은 그동안 납북자 총수를 각각 다르게 집계하는등 실태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부총리가 이날 공개한 명단은 정부측 자료가 아니라 대한적십자사의 집계수. 한적관계자들은 명단공개 후 『4백38명이라는 숫자는 93년 4월 수산청자료, 국방부자료, 진정서등을 토대로 집계한 것이나 국회에 공식적인 자료로 보고될 만큼 정확한 것이 아니다』며 『관련정보를 독점해 온 정부측이 적십자 자료를 인용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일원이 최근까지 갖고 있던 납북자 명단의 수는 2백78명. 정부는 92년 7·7선언 4주년을 맞아 정원식 국무총리 명의로 보낸 대북서신을 통해 이같은 수의 납북자들을 송환해 주도록 요구했었다. 그러나 이와 비교해 보면 4백38명은 2년동안 납북자 총계가 1백60명이나 달라진 셈이다. 이중 납북 어부수는 87년의 동진호까지 2백46명으로 집계됐었다. 이번에 통일원이 인용한 적십자 자료중 납북어부수는 같은 기간에 3백97명으로 무려 1백19명이 차이가 난다. 한편 안기부가 최근 국회에 보고했던 납북자 총수는 4백41명으로 역시 이번에 공개된 4백38명이라는 숫자와는 차이가 난다. 지난 5월 9일에는 강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국제적십자의 날 기념사를 통해 납북자 「4백여명」을 송환해 달라고 촉구한 적도 있다.
통일원측은 이번 국회보고에서 『80년대 들어서만 22차례나 성명·대북전통문을 통해 납북자들의 송환을 촉구했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도대체 몇명을, 그리고 누구를 돌려 달라고 해야 하는지는 파악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납북자명단은 고상문씨등 해외납북자나 월북자가 강제로 끌고 간 군사병등은 포함돼 있지 않은 「해상 및 항공납북자」 명단이다. 더욱이 납북 여부가 불분명한 37명의 미확인 납북자들이 첨부돼 있다. 이들은 어느 기관의 집계에는 납북자로 기록이 돼 있으나 다른 기관의 집계에는 기재가 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설명이다.
국가이익 전반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납북자들 대부분이 북한에서 송환될 날을 기다리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각 개인의 처지를 감안한다면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기위한 최소 한도의 책임마저 소흘히 해왔다는 지적이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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