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도시에는 어디나 골동상점이 있다. 이들은 제각기 흩어져 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한군데 모여 상가를 이루고 있다. 부산의 범일동, 대구의 이천동, 서울의 인사동과 장안동 등이 그곳이다. 골동상점에는 항상 낡은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할머니들이 쓰던 베틀, 북, 바디, 기계화영농에 밀려난 각종 농기구들, 맷돌, 짚신, 멍석 등. 이 물건들은 소위 「가이다시」라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공급된다. 「가이다시」란 일본말인데, 구매자가 직접 산지에 가서 물건을 사온다는 뜻이 있다.
「가이다시」는 리어카 또는 자동차를 몰고 전국을 누비며 물건을 구입해들인다. 이들이 가지 않는 곳은 없고 사오지 않는 물건은 없다. 이들이 거둬들이는 물건은 대부분 이 시대가 버린 것들이다. 더러 고가품의 상업적인 유통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개는 문화적 충격 또는 유행을 좇아 미련없이 버린 쓰레기와 같은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이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앞선 환경운동가요 위대한 재활용가들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물건들이 다만 골동상가에 먼지를 쓰고 쌓여 있기만 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단순한 쓰레기요 폐품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사회에는 이 폐품과 쓰레기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골동상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우리의 선조들이 쓰던, 그리고 우리시대가 미련없이 버린 그 물건의 먼지를 털어내고 때를 벗겨 광채와 생명을 부여한다.
만일 해방 후 마구 뜯겨져 나온 민화에 이와 같은 일을 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 민족의 민화유산은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또 6·25전쟁 후 호마이카장 유행에 너도나도 부숴버린 가구장식을 애정을 가지고 챙긴 몇몇 사람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저 아름다운 장식문화는 계승되지 못했을 것이다. 「가이다시」, 골동상, 그 골동상을 찾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이 일련의 유통구조는 세인의 무관심에 비해 그 중요성이 꽤나 높다.<인병선·짚·풀생활사박물관장>인병선·짚·풀생활사박물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