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에 불똥튀면 되레 부담된다” 인식/안씨 개인비리에 치중… 수사확대 없을듯 정부 사정당국은 안병화전상공장관의 뇌물수수사건이 이른바 「기획사정」이나 「표적수사」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등 사정당국은 줄곧 『(주)삼창 박병찬회장의 외환관리법위반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안씨의 혐의가 드러난 것』이라고 밝혀 왔다.
청와대는 검찰이 박회장 수사착수를 보고해올 때만해도 안씨의 비리얘기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정치성을 띠고 시작한 수사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안씨의 개인비리로 국한시켜 수사를 종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9일 『다른 대기업의 관련여부를 캐는 방향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분위기는 아닌 것같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아니고 검찰의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안씨에게 각각 2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재벌그룹회장도 구속까지는 않고 불구속 기소로 끝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안씨가 뇌물로 받은 돈으로 CD를 매입해 보관했다는 것으로 보아 다른데로 돈이 흘러들어가지는 않았을것』이라고 말했다.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정·관계로의 유입가능성」에 대한 수사필요성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처럼 축소수사라는 비판이 뒤따를지 모를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일단 확대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같다. 괜히 확증도 없으면서 계좌추적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밀어 닥칠 정·재계의 파문을 더 염두에 두고 있는 인상이다. 또한 표적사정이 아니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박태준전포철회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심지어 「5·6공 신당설 차단」 해석까지 나오는데 대해서도 신경이 쓰이는지 모른다. 지금 시점이 6공과 껄끄로운 관계를 만들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씨의 노출된 비리는 다 수사했으며 수사를 무조건 국민여론에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언급자체가 정부의 곤혹스런 입장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표적이나 기획사정이 아닌 만큼 누군가를 겨냥해 수사를 확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 사정의지 실종이나 축소수사라는 비판이 있을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두 재벌그룹회장을 불구속수사할 방침을 정했지만 외환관리법위반으로 구속됐던 김승연한화그룹회장과의 형평성문제도 신경이 쓰이는 눈치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원전건설을 둘러싸고 관행화 되다시피 해왔던 구조적 비리가 전정권에서는 문제가 되지도 않았지만 새정부에서는 당연히 범죄가 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 이번 사건』이라고 말했다. 수사를 더 확대하지 않아도 새정부의 사정의지를 보여 주었다는 주장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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