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연계·정치범교환 추진”민자/“내정간섭 오해 북 자극우려”민주 9일 국회외무통일위의 핵심의제는 납북된 고상문씨의 수용소생활이 국제사면위원회보고서를 통해 알려지면서 비롯된 북한의 인권문제였다. 의원들은 이날 통일원이 국회에 제출한 「북한인권실태 보고서」의 내용에 충격을 표시했다.
모두 『북한의 인권탄압이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반응이었다. 곧이어 의원들의 관심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쪽에 모아졌다. 그러나 여야의 접근방식은 「적극론」과 「신중론」으로 분명하게 엇갈렸다.
민자당의원들은 그동안 정부가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문제를 너무 소홀히 다뤄 왔다며 정부의 소극적태도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6공시절 안기부장출신인 안무혁의원(민자)은 『북한인권문제조사를 위한 올해 예산이 6백70만원에 불과해 정부는 이에 대한 기초자료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안의원은 이어 『이 문제를 대북경협과 연계시켜 향후 남북대화에서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며 구서독의 사례를 제시했다. 서독은 동독과 협상을 통해 63년부터 34억4천만마르크를 지불하고 모두3만3천7백55명의 동독내 정치범을 석방시켜 서독으로 이주할 수있도록 했다는것이다. 이와 함께 안의원은 정부내에 북한인권문제를 다룰 「북한인권개선위원회」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박정수의원(민자)은 한발짝 더 나아가 남북 정치범교환문제를 남북대화에서 정식의제로 다루자고 주장했다. 박의원은 『북한이 주장하는 남한내 미전향 사상범과 북한에 억류된 남한출신 사상범의 상호 교환을 추진하자』고 제의했다. 성사여부를 떠나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우리측의 관심과 개선의지를 보여준다는 의미 때문에라도 협상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찬종의원(신민)도 『정부는 아직도 과거의 타성에 젖어 북한정권과의 협상에만 주력하고 인권문제를 부수적 과제로 치부하고 있다』고 비판한뒤 『거시적으로 볼 때 인권문제는 통일을 향한 가장 중심적이고 실효성있는 쟁점』이라며 납북자들의 송환을 위한 「비상한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원들의 시각은 달랐다.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는것은 북한을 자극, 자칫 남북관계를 냉각시킬 위험이 있다는 논지였다. 이우정 남궁진의원(민주)은 『이 문제를 거론할 경우 본의와는 달리 북한에 대한 체제위협과 내정간섭으로 오해돼 북한의 강경분위기를 유도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임채정의원(민주)은 『정부는 과연 해결의지를 갖고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는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상황논리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하는등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정부측 「의도」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임의원은 『북한인권문제를 향후 남북정상회담개최등과 연계시켜서는 안된다』면서 『북한주민의 인권상황개선은 남북경제협력과 서방세계와의 교류확대를 통해 북한의 개방과 개혁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이홍구통일부총리는 『인권문제라는 원칙을 제기하는것과 억류자를 실제로 데려오는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로 매우 신중한 접근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해 이 문제를 공식거론할 경우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이부총리는 또 『정부는 억류자송환을 위한 은밀한 남북교섭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것은 아니나 이를 거론할수록 남북간 분위기가 나빠진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고있다』면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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