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보다 기법만 활용작이 선도/“문학성에 한계·독서 편식”우려도 추리소설이 국내출판계를 휩쓸고 있다. 추리소설 붐은 미스터리를 놓고 작가와 독자가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정통추리물보다 작품의 긴장과 흥미를 높이기 위해 전개과정이나 구성에 단지 추리기법만을 활용한 작품이 선도하고 있다.
국내작가의 작품으로는「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해냄간)와 「영원한 제국」(이인화·세계사)이 추리기법을 도입한 대표적인 소설로 꼽히고 있는데 모두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며 장기간에 걸쳐 베스트 셀러 자리를 물려줄지 모르고 있다.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립니다」(이상문·행림간), 「대한제국 일본침략사」(고원정·현암사), 「북악에서 부는 바람(상)」(이상우·동아출판사) 등도 추리기법을 도입한 소설로 출판계에서는 꼽고 있다. 이 소설들도 최근 베스트 셀러 대열에 올랐다.
한국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태극기가…」는 민족의 수난을 사랑으로 극복하면서 통일의 가능성을 그린 작품이며 「대한제국…」은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 아니라 그 반대적인 대한제국의 일본침략이란 가상적 상황을 주제로 하고 있다. 「북악에서…」는 조선왕조 초기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작품이다.
지난해부터 밀어닥친 추리소설 붐에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인기작가의 번역작품도 가세하고 있다. 선인세 20만달러에 계약, 화제가 된 알란 폴섬의 「모레」(서적포간)는 미국의 정형외과의사가 부친의 살해범을 추적하는 메디칼 스토리로 현재 30만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모와 유전공학을 통한 천재아 만들기 음모가 줄거리인 「돌연변이」와 고의로 마취환자를 깨어나지 않게 해 장기를 암거래하는 내용의 「코마」는 모두 로빈 쿡의 작품이다. 이 작품들도 정통추리물이라기보다는 추리기법을 도입한 일반소설로 분류되고 있다.
추리기법을 도입해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대부분 문단의 등단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기 보다는 독자를 상대로 직접 평가받으려는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점도 특이한 현상이다. 특히 추리소설 붐을 타고 출판사마다 정통추리작가보다 추리기법을 작품에 활용하는 이러한 작가들을 잡으려고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출판계 소식이다.
교양 학술 문학 등 순수출판 분야에 종사하는 출판인들은 출판계의 추리소설붐을 「이상기류」로 진단하면서 독자들의 독서편식을 우려하고 있다. 문학성의 측면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이 작품들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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