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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은행금고/이성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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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은행금고/이성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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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에 돈이 없다니―』 최근 금융권의 자금공통화현상을 보고 들은 일반 국민들은 늘 돈이 쌓여 있을 것이라 생각해 온 은행에 돈이 바닥났다는 기이한 상황에 의아심을 갖고 있다. 약속된 대출이 중단되고 금리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자 『수그러졌던 은행의 고자세가 되살아나는가보다』라며 불쾌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정말로 돈이 없었다. 예금인출에 대비, 총예금의 10%를 의무적으로 쌓아두는 지급준비금(지준)의 부족때문이었다. 전 은행권이 임직원을 총동원해 대출중단에 주식 팔고 채권 팔고 연 2할5푼의 고리 빚까지 내는 허둥댐을 보였지만 결국 지준해결에 실패한 두 은행은 중앙은행으로부터 제재까지 받았다. 지준적립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은행이라면 한달에 두번씩 꼭 지켜야할 법적의무인데 도대체 돈을 어떻게 굴렸기에 이런 망신을 당하게 됐느냐는 비판의 소리가 안팎에서 일고 있다. 『일관성없는 통화정책으로 우리만 피해 본다』는 시중은행권의 볼멘소리나 『방만한 자금운용자제를 촉구한 한국은행의 경고가 외면당한 것을 보면 통화관리에 영이 서지 않는 것 아니냐』는 금융계의 비아냥도 일리는 있지만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결국 최소한의 의무(지준)조차 못지키는 우리 금융현실이 과연 국제화 개방화시대를 외칠 수 있느냐는 지적엔 할 말이 없다.  

 물론 은행도 장사해서 이익을 내는 기업이다. 사고 파는 대상이 물건이 아니라 「돈」이라는 점에서 제조업체나 상인들과 다를 뿐이다. 따라서 상품(돈)공급이 적거나 수요가 많아 재고마저 바닥난다면 값이 뛰고 품절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일반물품이야 안 사고 안 쓰면 그만이고 구입시기를 좀 늦추면 그만이지만 「돈」은 그렇지가 못하다. 돈은 소비대상이기에 앞서 생활수단이므로 값이 뛰거나, 공급이 중단되면 기업의 생산활동은 위축되고 가계는 생계가 어려워진다. 민간기업인 은행에 상업성보다는 공공성의 잣대가 적용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은행이야 돈이 모자라면 대출 줄이고 금리 높이면 그만이지만 그 대가는 결국 국민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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