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어지위 싸고 영어아프리칸스어 대립 『웰컴, 벨콤, 사부보나, 두멜랑』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에 탄 승객들은 이처럼 여러가지 말로 환영인사를 받는다. 남아공 항공사(SAA)는 몇주전부터 영어, 아프리칸스어, 줄루어, 소토어 등 4개 언어로 기내 방송을 하고 있다. 이는 이 나라가 흑백 인종갈등을 넘어 사회문화적 갈등까지 해결하기에는 아직 요원하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남아공 정부는 흑인정권이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에 이미 느데벨레·북소토·남소토·스와티·트송가·트스와나·벤다·호자·줄루어 등 9개 언어가 기존공용어인 아프리칸스어 및 영어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고 헌법에 명시했다.
그러나 실제로 방송이나 의회 등에서 새 정치세력은 주로 영어를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집권층이었던 보어인(네덜란드계 백인)들은 수백년간 사용해온 아프리칸스어(네덜란드어에 독일어 프랑스어 원주민 언어가 혼합된 언어)를 고집하고 있다. 보어인 이익단체들과 데 클레르크부통령이 이끄는 국민당은 최근 영어를 국영TV의 공용어로 삼으려는 정부의 계획에 거세게 항의했다. 「아프리칸스 문화협회」의 헤노 크로니예씨는 『도처에서 영어가 지배하고 우리의 뛰어난 언어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지난 5월 46년간의 백인통치에서 해방된 흑인들로서는 정반대다. 언어학자인 찰스 맬런씨는 『대부분의 흑인들에게 아프리칸스어는 지금까지도 억압자들의 언어다』라고 지적한다. 지난 76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이 한창일 때 정부가 아프리칸스어를 학교에서 쓰는 공식언어로 도입하려 하자 대규모 학생봉기가 일어났을 정도다.【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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