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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암선생 추모제/염영남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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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암선생 추모제/염영남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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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의리가 아닌데 내 어찌 살기를 탐내어 일본 밥을 먹을소냐. 이제부터 단연코 저들의 음식을 먹지도 않고, 저들의 말을 듣지도 않으리라』 유배지인 일본 쓰시마(대마도)에서 단식 끝에 순국한 면암 최익현선생의 제88주기 추모제가 지난 2일 우리측 추모방문단 60여명과 40여명의 일본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행사는 요미우리(두매) 신문과 지역방송에 보도될 정도로 일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마도에서는 매년 8월 항구축제가 열린다. 대마도의 평화를 기원하고 조선통신사의 일본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개최돼 왔다.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면암선생이 순국한 이후 대마도사람들은 항구축제 때 면암선생의 추모식을 거행해 오고 있다. 을사조약에 항거해 의병봉기운동을 하다 일제에 의해 3년형을 선고받고 적지에서 순국한 선생의 유지와 애국혼이 일본인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방문단을 구성해 대마도에서 추모제를 본격적으로 개최한 것은 86년 선생의 추모비가 건립된 이후부터다. 순국한지 꼭 80년만의 일이다. 그나마 해당 관청의 후원이나 지원없이 선생의 현손인 최창규 독립기념관장과 일부 뜻있는 인사들의 성금으로 추모비가 세워지고 추모방문단이 결성됐다. 

 추모비 건립 이후 대마도사람들은 항구축제를 「아리랑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추모비가 세워졌던 8월 첫째 주 일요일을 「한국의 날」로 선포, 우리측과 합동으로 추모식을 거행해왔다.

 추모제에 참석한 하라다 야스키지(원전보길) 이즈하라(엄원) 정장은 『선생의 인품과 굳은 의지는 우리 일본인들에게 귀감이 돼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면암선생의 대쪽같은 뜻이 그를 숨지게 한 일본인들에 의해 계승되는 현장을 취재하면서 우리가 할 일을 너무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일본사람들에게 부끄러웠다.<쓰시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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