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발해도 「거들과의 전쟁」/목적지 도착하면 이미 “파김치” 여름휴가가 한창인 요즘 영동고속도로, 서울―양평―홍천―속초간 44번국도, 서울―춘천간 경춘국도등 강원도로 통하는 주요 도로망이 사상최악의 교통체증으로 마비상태에 빠졌다.
특히 영동고속도로는 7월하순부터 기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도로공사와 자가운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평소 3시간30분거리인 서울―강릉은 10시간 이상, 서울―속초는 최고 19시간까지 걸린다.
김정철씨(32·서울 성동구 광장동 극동아파트)가 동해안 피서길에 오른 시간은 지난달 31일 상오6시께. 아침일찍 광장동 집을 떠나 중부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도착한 시간은 40분뒤인 6시40분이었다. 체증기미가 보여 우회국도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김씨는 20여분 뒤인 7시께 천진암 톨게이트를 통과, 20여분동안은 별 막힘없이 순조로운 통행을 했으나 이것도 잠시, 이천·여주―원주간 6번국도 구간인 경기 광주에서부터 차량들이 꼬리를 물었다.
체증은 여주를 빠져나갈 때까지 이어져 곤지암에서 여주까지 꼬박 3시간이 소요됐다. 이천으로 접어들면서 체증은 더욱 심해 OB맥주공장까지 2시간, 다시 영동고속도로 진입구간인 강원 원주군 문막까지 2시간이 걸렸다.평소 2시간거리인 서울―문막구간이 7시간 남짓 더 걸린 셈이다. 체증은 그후에 다소 풀려 평창군 진부까지 순조로운 진행이 계속됐으나 대관령 입구인 평창군 횡계지역부터는 대관령휴게소에서 한꺼번에 나오는 차량들이 뒤엉켰다. 여기서 강릉까지 3시간이 또 걸렸다. 김씨가 강릉에 도착한 시간은 이날 하오 4시10분, 10시간10분이 소요된 셈이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만난 한 피서객은 전날인 30일 하오 11시에 서울을 떠나17시간만에 강릉에 도착했다고 말했고, 경춘국도를 타고 44번국도를 이용했다는 친구가족은 서울서 속초까지 19시간이 소요됐다고 혀를 찼다.
김씨의 「도로와의 전쟁」은 최종목적지인 속초까지 다시 이어져 강릉―속초간 7번국도에서 또 5시간이 소요됐다. 5시간 30분 거리인 서울―속초에 15시간이상 걸려 도착한 김씨 가족은 모두 파김치가 됐다.
올해는 찜통더위로 예년에 비해 보름 가까이 피서객이 빨리 찾아들어 지난달 하순부터 5일현재까지 동해안에는 60여만대의 차량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0만여대에 비해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며, 피서객수도 지난해 동기 40만명을 3배이상 초과한 1백20여만명이나 된다.
도로전문가들은 획기적인 교통소통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피서철 동해안 연결도로의 기능마비현상은 매년 심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내년에도 도로망은 큰 변화가 없고 차량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백승수 강원도 도로과장은 『동해안 연결도로의 체증을 막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도로망 확충, 휴가분산같은 근본 대책과 병목구간 특별관리같은 단기대책이 병행돼야 하지만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춘천=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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