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원 정면대응땐 「역풍」우려/이대표 “보호”“방치”사이 어정쩡 경주보선 승리로 기세가 오른 민주당에 때아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부영 최고위원의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등과 관련한 재판문제가 돌출했기 때문이다. 이최고위원은 지난달 말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17일 재판에 출석하라는 통지서를 발부받았다. 작년 1월29일 대법원이 이최고위원에 대한 서울고법의 4가지 유죄판결 항목중 노동쟁의조정법 위반부분을 무죄로 인정하는 부분파기 결정을 내린 뒤 이에대한 서울고법의 재판이 다시 열리는 것이다.
이번 재판에서 심리할 사안은 집시법위반과 정기간행물법위반도 포함돼 있지만 초점은 역시 지난 89년 이최고위원이 의장으로 있던 전민연의 남북한 범민족대회개최를 골자로 한 창립선언문 내용이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다. 판결에 따른 이최고위원의 거취문제도 그렇지만 최근들어 확연한 보수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감안할 때 국가보안법관련 판결이 정치권 안팎에 던질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서울고법에서 실형선고가 나온 바 있어 자칫 이최고위원이 실형을 받지 않나 하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이최고위원이 대법원확정판결에서조차 실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또 사안의 성격상 재판결과와는 별개로 재판과정 자체가 당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당내에는 이번 재판의 시기적 미묘함을 들어 그 「배경」과 「의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차세대 국제포럼」에 참석중인 이최고위원은 『당지도부와 상의해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해 당차원의 「대책」 마련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민주당지도부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최고위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지만 이번 사안에는 무작정 강공을 펴기에는 위험한 구석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국가보안법문제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당 전체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게 대부분 당직자들의 시각이다. 당 차원에서 정면대응할 수도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그리고 이기택대표와 주류측 최고위원들이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평소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이최고위원을 위해 총대를 메주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당내 현실도 민주당을 더욱 움츠려 들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여야의 보안법개폐협상이 재개될 9월 정기국회를 목전에 두고 꼭 재판을 열 필요가 있느냐』며 재판연기를 법원에 요청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판의 「정치적 복선」을 언급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국가보안법에 발목을 잡혀 원론적 문제제기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소내용은 89년의 일로 이최고위원은 3년 후인 92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는 점과 향후 남북관계의 획기적 변화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정치논리」를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김일성사망 이후의 분위기로 볼 때 이같은 민주당의 논리가 사법부와 여론에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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