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험바탕 좋은극 만들겠다”/연출가로도 첫발… 곧 창단공연 두 동갑내기 중견 연극배우가 나란히 극단을 창단해 화제다. 70년대의 대표적인 연극 「에쿠우스」의 다이사트로, 혹은 「아일랜드」의 윈스턴으로 관객들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는 이승호(47)와 다재다능한 배우 김동수(47)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여년의 무대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연극을 만드는 연극인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모험을 감행했다.
69년 이후 극단 실험극장 배우로 줄곧 한길을 걸어 온 이승호는 지금까지 「신화 1900」 「안티고네」 「위기의 여자」등 80여편의 연극에 출연한 베테랑이다. 성실하면서도 강한 프로근성의 배우로서 수많은 인간상을 정열적인 연기로 표현해 온 그는 고심 끝에 「극단 예일무대」를 창단했다. 주어진 상황에 순응해야 하는 배우의 역할에 안주하기보다는 연극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단 기념작품은 17일∼9월19일 마로니에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라롱드」(아더 슈니츨러 작). 상이한 계층의 남녀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희극적으로 처리한 이 작품에서 그는 극단대표, 연출가뿐만 아니라 군인 신사 남편 시인 백작의 역을 차례로 맡는 1인5역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연출가로서도 첫 무대를 맞는 그는 『하고싶은 작품을 마음대로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돼 기쁘다. 재미있으면서도 인간의 참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가 추구하는 연극은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연극이다.
우리나라 팬터마임의 대표적 배우로 평가받으며 작지만 힘있는 연기로 사랑받아 온 김동수는 「극단 열린무대―동·수」를 창단했다. 73년 「극단 에저또」의 연극 「타령」으로 연극에 입문한 그는 그동안 팬터마임 「순경과 찬송가」, 연극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등 35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어 왔다.
그는 9일∼9월29일 강강술래 소극장에서 직접 연출한 「새들은 제이름을 부르며 운다」(김형경 원작 손정섭 각색)를 선보인다. 역시 연출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작품이다. 『감동이 스민 인간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진지한 작품을 창단 공연으로 준비했다. 이 작품은 정치적으로 어두웠던 80년대를 살아가는 다섯 젊은이들의 이상과 현실, 이념과 삶, 사랑과 절망을 다시한번 되짚고 있다. 『어떻든 80년대의 상황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연출동기이다.
그는 『극단을 운영하며 연기자를 양성하는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마련하겠다. 또 소극장의 활성화를 위한 복합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말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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