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재개되는 미·북한3단계고위급회담은 김일성사후, 김정일이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이후 처음 갖는 대외협상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즉 김정일의 정책과 스타일이 선을 뵈는 것이다. 북한은 새체제가 김일성의 정책과 노선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고 천명했으나 핵문제 해결에 관한 김정일의 의중이 이번 협상을 통해 드러날게 분명하다.
이번 회담에서 제기될 양측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5MW원자로에서 추출, 수조에 보관중인 핵연료봉의 폐기를 포함하여 핵개발을 중단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협정(사찰)의 의무를 다할경우 경수노원자로 건설지원 및 대북금수해제, 경제협력, 그리고 관계정상화에 앞서 상주연락사무소의 교환설치를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김정일 새체제의 인정 및 유지보장, 핵선제공격을 않겠다는 약속, 관계정상화 및 경협, 그리고 경수로 원자로건설 약속등을 먼저하면 보관중인 연료봉을 폐기한다는등 이른바 한꺼번에 모든것을 맞바꾸는 소위 일괄타결을 되풀이 요구할게 분명하다.
따라서 3단계회담에서 토의될 핵심적의제는 핵연료봉처리 문제로서 미국은 관계전문가들을 북한에 보내 사실상 영구보관 시키거나 제3국으로 옮겨 재처리케하는 이른바 우크라이나식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데 대해, 북한은 핵연료봉들을 영변현지에서 재처리를 하겠다고 은근히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시해야 하는 것은 이번 회담이 미국과 북한 양측의 필요에 의해 우리측의 입장을 희생시키며 진행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목표는 장차 북한의 핵개발중지와 함께 과거 핵개발의 경과를 반드시 규명해야하는 것임에도 북한은 과거핵을 밝힐 수 있는 2개 미신고핵폐기물 저장소에 대한 특별사찰은 여전히 거부한채 오직 연료봉 처리여부를 무기삼아 미국으로부터 경수로원자로, 경협, 외교관계등 모든 것을 최대한 얻으려하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북핵저지를 통해 북한핵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명분논때문에 인출한 핵연료봉처리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어 한미간의 「철저하고 광범위한 해결」이란 공조원칙에 관계없이 협상을 일방추진할 여지가 큰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로서는 과거핵규명은 손도 대지못하고 미결로 남게되고 대신 경수로원자로건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부담하고 경제협력에 어쩔 수 없이 나서야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번 3단계 회담이 김정일 체제후 첫회담이니만큼 의중탐색등으로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또 뜻밖에 상당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핵투명성을 완전 검증받은뒤 경협과 대외관계 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기본입장인만큼 무엇보다 체면치레식 북핵해결이 아니라 완전한 핵해결이 선항되도록 미국을 통해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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