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판정 「파리…」「데미지」 등 줄줄이 재심준비/“관객들 수준 높아졌다” 영화계 심의완화 요구 에로티시즘 영화의 대명사격인 프랑스영화 「엠마뉴엘」 1편이 제작된지 20년만에 국내에서 해금되자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던 비슷한 내용의 영화들이 재심청구준비를 서두르는등 영화계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엠마뉴엘」 2편도 수입심의를 마치고 본심의를 기다리고 있어 당분간 극장가는 성애영화로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재심을 준비하고 있는 성애영화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데미지」등 외설적·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심의에서 반려된 작품들이다. 72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감독이 만든 「파리에서의…」는 각기 아내와 애인이 있는 중년의 미국남자와 젊은 프랑스여자가 우연히 만나 격렬한 섹스에 탐닉하지만 여자가 유럽인을 조롱하는 남자를 쏴죽인다는 내용. 파시즘에 대한 야유를 담은 사회성 짙은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해 1월 심의를 신청했다 반려당한 UIP는 「엠마뉴엘」의 심의통과를 계기로 재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해 세계적인 거장 루이 말감독이 직접 내한, 국내상륙을 호소했던 「데미지」는 재심청구 유예시한인 이달 말 이후 공륜에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데미지」는 지난 해 심의에서 찬반이 팽팽히 맞서자 공륜이 자문회의를 소집,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근친상간이라는 내용이 문제가 돼 결국 수입이 불허됐다.
「엠마뉴엘」의 심의통과를 계기로 영화계에서는 그동안 경직됐던 성애영화에 대한 심의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반면 시청자운동관계기관등 일부에서는 이를 계기로 저질성애영화가 범람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엠마뉴엘」이나 「파리에서의…」가 만들어지던 20년 전과는 달리 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안목이 높아졌고 세태가 변한 만큼 이제는 수입금지나 무차별적 가위질은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의 입모음이다. 단순한 눈요기로 벗긴 영화가 아닌 예술성이 있는 성애영화는 상영을 허용하되 극장관리를 철저히 해 미성년자가 관람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이승정실장은 『「엠마뉴엘」은 성애영화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공개토론등 여론수렴이 필요했다』며 『이 영화의 해금으로 근친상간등 미풍양속을 해치는 저속한 에로영화가 무분별하게 상영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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