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한기반 붕괴… 입지축소/야 “정권 중간평가” 공세 토대/내년 지자선거 큰파장… 금권·관권없는 풍토엔 큰획 2일 실시된 3개지역 보궐선거의 결과는 또 한차례 「이변」을 낳아 각후보진영의 희비를 극적으로 가르면서 여야의 향후 국정운영및 정국대처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줄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이 대구수성갑에서의 참패에 이어 경주에서마저 낙마한 반면 민주당과 신민당이 전통적인 여권의 안마당에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정국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여권내에서 공천과 선거과정등의 책임을 놓고 제기될 인책론은 접어두더라도 지지기반의 붕괴를 확인한 여권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질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민주당과 신민당은 이른바 TK지역에서 첫의석을 얻는 망외의 성과를 거뒀음은 물론 『현정권의 개혁정치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했던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대여 목소리를 한층 높일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같은 여야 역학관계의 급변은 당면한 UR비준안처리문제나 정기국회운영뿐 아니라 내년의 지자제선거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엄청나다고 할수밖에 없다.
민자당은 당초부터 이번 보선의 초점을 당락자체보다 정치개혁의 첫 시험대라는 의미에 두어온 만큼 비록 대구와 경주에서의 승패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눈치이다. 이른바 「TK정서」의 반란 또는 민심이반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부각시킬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야당이 벌써부터 대구·경북지역의 정치대안세력임을 자임하며 여당을 압박하려는 태세이고 구여권세력은 향후 정계판도를 예의주시하며 새로운 세력화의 채비를 갖출 것으로 보여 정국변수는 갈수록 복잡하게 얽혀들 전망이다.
물론 민자당은 야당의 이같은 입장이 다분히 과장되고 작위적이라고 비판하며 『심지어 검찰까지 여당후보의 불법을 우선 적발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 「역편파」분위기속에서 여당이 앞장서 돈줄을 죄며 끝까지 선거개혁의 의지를 지켜낸 것이 중요한 것』이라며 보선패배의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이 갖는 정치적 구심력이나 박철언전의원의 범법사실에 대한 정치권안팎의 논란등을 생각할때 여권으로선 지난해 대구동을에 이은 이번 패배가 뼈아픈 부담이 되지 않을수 없다.
특히 선거지원에 나섰던 대구지역 민자당의원들도 『반민자흐름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는 상황이어서 내년의 지자제선거등과 관련, 이번 결과를 간단하게 받아들일수 없는 형편이다. 현정권을 떠받쳐온 지역세력의 한축이 지자제선거를 기점으로 이탈될지 모른다는 「붉은등」이 켜졌다고 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지역의 투표율이 사상최저를 기록한 배경중의 하나가 현여권에 대한 냉소적 무관심이라는 지적이 상당하고 경주에서의 난전경험에 비춰 민자당이 최소한 본전치기는 했다는 물리적 전과에만 매달릴수 없게하고 있다.
따라서 여야가 지금부터 선거승패의 함축성을 어떻게 해석해 향후 정국프로그램과 스케줄을 어떤 방향으로 잡아나가고 후유증을 어떻게 추스를지의 문제는 하반기 정치권의 풍향을 좌우할 또다른 당면관심사가 될듯 싶다.
한편 이같은 여야의 충격과 정치적 저울질과 별개로 대도시(대구수성갑) 중소도시(경주) 농촌(영월·평창)등 3가지 지역에서 두루 치러진 이번 보선과정은 선거사에 새이정표를 세웠다고 할수있다. 무엇보다 선거기간 내내 고질적인 금권·관권시비가 거의 없었던 것은 새선거법의 정착가능성을 엿보게했다는 평가이다.
선거전 막바지에 상호비방·고발·흑색선전등 일부 혼탁조짐이 나타나고 몇몇 탈법사례가 발견되긴 했지만 선관위와 사직당국, 상대후보의「살벌한」 감시눈초리앞에서 「선거=조직=돈」이라는 등식이 사실상 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는 「돈은 묶되 입은 푸는」 통합선거법에 칼날이 매서울수록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됐다는 점이다. 까닭에 새로운 선거모델의 연구가 향후 정치권의 숙제로 제기됨은 물론 기존의 당조직개념도 전면적으로 재정비의 도마에 오르게됐다고 해야 할것이다.
이처럼 이번 보선은 후보나 유권자를 실험무대에 올리면서 정당들에게 새로운 선거운동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반면 몇가지 되짚어야할 과제도 아울러 남겼다. 새선거법에 대한 홍보와 이해가 여전히 부족했던 것이나 소모적공방을 거듭한 중앙당의 구태, 선거쟁점을 찾지못한채 지역연고·학연·토박이등의 곁가지로 흐른 것등은 대표적 예이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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