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없을땐 월말께 작전 유력 유엔 안보리의 대아이티 무력사용 결의안은 미국에 아이티침공을 허락하는 국제면허를 준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군의 아이티침공은 시간문제가 됐다. 워싱턴의 군사전문가들은 빠르면 1∼2주,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아이티에 미군이 상륙작전을 감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시나리오는 지난 91년 9월 쿠데타로 집권한뒤 아이티를 통치해 온 라울 세드라스장군이 끝내 자진 하야를 거부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미국의 아이티 침공은 군사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 미군 군사전문가는 『미국인들이 아침 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작전을 개시한다면 그들이 수저를 놓기 전에 작전은 끝나게 돼 있다』고 단언했다. 모두 7천5백여명의 병력에 원시적인 수준의 장비를 보유한 아이티군은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군사소식통들에 의하면 아이티 육군은 병력 5천3백명에 장갑차 6대가 고작이다. 공군도 3백여명의 병력에 세스나 경비행기 6∼7대, 터빈엔진의 프로펠러기 3대로 간신히 비행훈련을 하고 있는 정도다. 공군과 비슷한 규모의 병력을 두고 있는 해군도 중고형 해안 경비정 3∼4대가 전부이다. 여기에 약 1천6백명의 경찰병력이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으나 제대로 훈련이 돼 있지 않다.
반면 미국은 지난 7월 중순부터 아이티 근해에 2천여명 이상의 해병을 실은 군함을 10여척이상 포진시켜 놓고 있다. 미국방부는 최고 1만5천명선의 미군 동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는 다국적군 구성시 6백여명의 병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미해병대는 며칠전에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포트 브래그소속 82공정부대 병력과 함께 대대적인 침공 훈련까지 마쳤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가 지난달 31일 『아이티 군부 축출을 위해서는 「모든 필요한 수단」을 사용해도 좋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미국은 이제 언제든지 아이티에 무력을 투입할 수 있는 결정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미국의 침공시기가 임박한 것 같지는 않다. 우선 클린턴미행정부는 아이티에 대한 군사개입에 회의적인 의회와 여론을 상대로 좀 더 많은 설득작업을 벌여야 한다. 클린턴은 현재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의료개혁법안의 의회통과를 앞두고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절실하다. 이런 시점에서 여당인 민주당의 중진들마저 주저하는 침공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사실 아이티는 유엔의 경제제재로 고사직전의 상태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부터 바짝 강화된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로 석유 식료품등 생필품난이 극심한데다 1일자로 국제 민항편마저 끊겨 외부세계와의 교류가 전면차단돼 있다.
미군의 침략에 부정적인 아이티 국내 여론과 중남미 국가들의 반발도 미국으로 하여금 아이티에 대한 전격침공을 망설이게 만드는 커다란 요인이다. 게다가 르완다사태와 보스니아 내전 그리고 한반도 상황등 국지분쟁 또는 분쟁발발 가능성 때문에 미군사력이 분산돼 있는 점도 신속한 군사개입을 지연시키는 부수요인들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채 침공위협에 떨고 있는 아이티 군부를 상대로 막바지 하야압력과 회유작전을 펼친 뒤 최종 침공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미국의 아이티 침공시기는 의회가 휴회하는 이달 중순이나 이달말께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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