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탈피 사행심 교묘히 이용/시장경제전환기 최악 금융사고 『파리에 집을 살 수 있고 캘리포니아로 휴가를 갈 수 있으며 부인에게는 모피코트를 사줄 수 있다』
러시아 최대 투자회사인 MMM이 자사에 돈을 투자하면 엄청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방송광고 내용이다. 이 광고를 믿고 1천여만명이 이 회사에 돈을 맡겼으나 정작 이 회사가 파산직전에 몰려 수만명의 투자자들이 이 회사 모스크바 본부 건물 앞에서 1주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MMM의 파산사태는 개인회사 차원으로 끝나지 않고 러시아 경제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것으로 보여 러시아 경제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있다. 러시아정부는 이 회사의 처리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연일 관계장관들을 소집, 대책회의를 벌이고 있으나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9일 사실상 파산을 시인하고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최근가의 1백분의 1에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주식은 지난달 25일 10만5천6백루블(약 50달러)에서 이날 9백50루블(50센트)로 하락, 휴지조각이 된 상태다.
이 회사의 수법은 생활고에 찌든 러시아인들의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행심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 특히 최근에는 미국 월드컵 축구경기를 러시아 TV가 생중계하는 데 스폰서로 나서는 등 재력을 과시해 연금생활자나 군인, 월급쟁이 등이 평생 모은 돈을 투자토록 「속임수」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의 주주는 1천여만명으로 집계됐으며 모스크바에 60개 등 러시아 전역에 모두 1백40개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탈세혐의로 엄청난 벌금이 부과됐으며 자금이 달리자 주식매매를 할 수 없게 되는 등 갑자기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빚어진 「러시아 최대의 금융스캔들」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이 회사의 불법주식발행 및 매매행위, 세법위반등을 인지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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