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바스티유오페라단 총감독 정명훈씨/강경하게 거부·단원들 항의에 후퇴한듯/연봉삭감엔 협상 용의… 권한축소는 부용 프랑스 바스티유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 일방적인 재계약 체결요구로 사실상 사임압력을 받고 있는 상임지휘자겸 음악총감독 정명훈씨는 30일(현지시간) 『바스티유측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진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 근처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정씨는 전화인터뷰에서 최근의 사임압력 경위와 앞으로의 계획및 심경을 밝혔다.
―현재 바스티유측의 재계약 체결 압력은 어떻게 진행중인가.
『바스티유측은 7월초 일방적으로 음악감독 권한축소및 연봉삭감을 내용으로 계약을 새로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7월 13일까지 이를 수락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나의 태도가 강경하자 7월 29일까지 최종입장을 통보하겠다고 했으나 이날까지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으니 문화부장관을 통해 이 문제를 중재하려고 하는 것같다』
―바스티유측이 왜 29일까지 최종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내가 물러설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자 태도가 다소 누그러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이 소식을 듣고 항의했고 최근 단원 1백30여명을 해고하려다 법정소송에서 바스티유측이 패배했다. 법으로 따지면 질 것이 뻔하니까 일단 관망자세로 돌아서지 않았나 생각된다』
―앞으로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8월 1일부터 내년 시즌에 들어가므로 휴가가 끝나는 오는 16일부터 연습을 시작할 계획이다. 8월 중순 이후 9월 중순 개막때까지 본격적인 싸움이 붙을 것으로 본다』
―재계약 압력이 계속 거세지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해고당하면 법정투쟁할 것이다. 89년 상임지휘자로 정해졌다가 내몰린 다니엘 바렌보임의 경우는 법정까지는 안갔지만 나의 경우는 다르다. 재계약 요구중 연봉삭감부분은 예산절감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협상할 용의가 있으나 음악감독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내용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재계약 압력을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적자운영을 이유로 내세워 나를 몰아내자는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우파정권과 새로 파리오페라단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들은 좌파정권이 임명한 나를 포함해 적자운영의 바스티유를 대수술하려하고 있다』
―현재의 심경은.
『92년에 갱신한 계약은 바스티유측이 원해서 2천년까지로 한 것이다. 나는 바스티유의 음악수준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많이 향상시켰다. 프랑스정부는 나를 포상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계약을 위반해가며 나를 내몰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오페라를 발전시키려면 한사람이 오래 일을 해야 하며 제일 중요한 것은 음악가로서 내가 원하는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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