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문제는 어느 정도인가. 이 질문에 대해 「북한에서는 인권이란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사람도 있다.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할지 모르나 북한의 인권상황이 그만큼 심각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국무부와 유엔인권위, 국제사면위등 국제인권단체나 기구들이 정보를 수집하여 그 심각성을 외부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었다. 그러나 북한의 폐쇄성때문에 그 실상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개괄적이고 대체적인 정황을 전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한국의 정보 공안 당국도 구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대외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국제사면위원회가 30일 발표한 보고서는 매우 구체적이다. 58명의 정치범 명단까지 공개했고 6백명이 수용되어 있다는 「승호마을」의 시설과 처우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사면위의 보고서는 이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양심수로 보이며 일부는 감옥에서 사망하거나 일부는 30여년 넘게 구금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국제사면위가 발표한 55명의 명단에 고상문씨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수도여고 교사였던 고씨는 79년4월 유럽 연수중 노르웨이 오슬로에 갔다가 여권을 분실, 당황한 끝에 북한대사관을 잘못 찾아가 납치되었는데 북한은 자진 월북이라고 억지를 부렸던 것이다.
북한에는 15만명의 정치범이 각지에 수용되어 있고 감옥에선 고문치사가 널리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미국의 93년 연례 인권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91년 보고서에 의하면 부자세습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재판없이 처형했다.
북한은 2년전 국제여론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최고인민회의에서 형사소송법을 개정, 그 전문을 공개하는등 인권문제개선의 제스처를 쓰기도 했으나 실질적으로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김일성이 죽은 뒤에도 여전한 동토에서, 독재체제가 세습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인권환경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지 극히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핵장난에 신경이 쏠려 북한 정권의 압제에 신음하는 동포들의 인권상황은 거론조차 하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과 심심찮게 대화를 해 온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국제사면위에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이상 계속 침묵만 지킬 수는 없다. 특히 우리는 더 이상 국제기구나 단체의 보고서에 의존하지 말고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남북대화에서도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미국 일본등 우방과 더불어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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