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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수신료/이형기(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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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수신료/이형기(메아리)

입력
199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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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수신료를 「시청료」라고 부르던 시절의 일이다. 동네 골목에서 시청료징수원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집에 TV수상기가 있는가를 암행어사처럼 조사하거나 담너머로 집안의 거실이나 안방을 기웃거리는 광경을 흔히 볼수 있었다. 미등록TV수상기를 찾아내 시청료를 물리려는 징수원들의 집요한 추적이었다. TV에 시청료가 붙은 것은 KBS가 TV방송을 시작한지 2년뒤인 63년의 일이다. 전국 3만8천여대의 수상기에서 월 1백원씩, 연간 4천5백여만원의 시청료를 받아냈다. 수상기 등록대수가 1천80만대를 넘어섰고 연간 수신료징수액이 2천2백60여억원(5월말현재)에 이르는 오늘에 비하면 우습게 보이지만 다음해 1백% 인상돼 2백원이 됐고 컬러방송이 생긴 81년에는 2천5백원으로 올랐다.

 수상기 보급이 늘고 시청료가 인상되면서 KBS와 시청자간의 시비도 잦았다. 체납자에게는 밤중에도 전화독촉을 하고 단수·단전의 협박을 하는 일도 있었다. 81년 KBS가 광고방송을 시작하면서 마찰은 더욱 심해졌다. 드디어 86년4월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시청료거부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편파보도, 광고와 시청료의 이중부담, 저질오락프로의 과다가 이유였다. 시청료에 대한 나쁜 인상을 지우려는듯 89년 새방송법은 시청료를 TV방송전파수신료로 이름을 바꾸었다.

 지난 30여년간 시청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TV수신료징수제도가 바뀐다. 정부는 10월부터 수신료를 전기료에 병과해 징수하는 한편 KBS1TV의 광고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징수제도의 개선으로 징수율이 현재의 53%에서 90%로 높아지고 연간 6백18억원의 수입이 증가한다고 한다. KBS의 운영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살리겠다는것이 정부의 개선취지다.

 시청자들은 1TV광고 폐지결정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면서도 찜찜한 기분을 떨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TV광고의 적체액은 1천여억원에 달하는데 연간 5백억원에 이르는 1TV의 전파광고물량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점이다. 결국 다른 전파매체에 넘겨질 것이고 TV의 광고홍수는 여전할 것이라는게 시청자들의 계산이다.

 시청자들의 또 다른 우려는 수신료징수개선에 맞춰 프로그램 질도 개선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KBS는 지난 봄 개편에서 2TV를 가정문화채널로 특성화한다고 밝혔지만 상업방송의 오락프로그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제구실을 해내느냐 하는 문제는 비단 1TV의 보도나 교양프로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2TV도 엄연히 공영방송인 것이다. 수신료징수제도개선을 계기로 KBS는 시청료가 아깝지 않은 방송을 내보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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