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극복 고생하는데…” 「예정」바꿔/계획세우던 수석·장관들도 「포기」 전망 김영삼대통령은 29일 중앙 언론사 경제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올해 하계휴가를 무기연기 한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당초 이날 하오 대통령 전용 휴양시설인 청남대로 떠나 1주일간 머물 예정이었다. 김대통령이 휴가를 무기연기한 이유는 계속되는 가뭄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찬자리에서 『일부지역은 가뭄이 해갈되었지만 상당지역은 가뭄이 계속되고 있고 국민들이 가뭄극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휴가를 즐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하계휴가 계획이 세워진 것은 불과 이틀전이었다. 휴가를 갈 상황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가지 않을 경우 줄줄이 못가게 될 사람들을 생각해서 였다고 한다. 사실 이달들어 한달 가까이 가뭄이 계속되는 동안 청와대에서는 어느 누구도 김대통령에게 『휴가계획을 세울 때』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김대통령의 성격상 휴가얘기를 꺼냈다가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뻔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먼저 휴가얘기를 하지 않으니까 청와대 수석들은 물론이고 장관들도 벙아리 냉가슴 앓는 식일 수밖에 없었다. 그 영향은 당연히 청와대 비서관과 고위공무원들에게까지 미쳤다. 김대통령이 과연 휴가를 갈 것이냐가 고위공무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다가 이번 주들어 지난 26일과 27일 영호남에 어느정도 비가 내리자 청와대 수석들은 겨우 김대통령의 휴가계획을 세워 김대통령의 내락을 받았고 경호실에서도 준비를 진행중이었다. 그런데 김대통령은 결국 생각을 다시 바꿔 「반납」이나 다름없는 무기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뒤늦게 휴가계획을 세우던 청와대 수석들도 다시 휴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대통령이『나와 관계없이 휴가를 가라』고 해도 가기 어려울텐데 아예 아무말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영덕국무총리와 장차관들도 휴가는 생각도 못하게 됐다고 보아야 하며 고위공직자와 청와대비서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김대통령은 지난해에는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6일간 하계휴가를 보냈었다. 전임대통령들이 2주일씩 하계휴가를 보냈던데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어려울 지 모르게 됐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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