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강명도씨 “북핵폭탄” 발언 파장/미선 「묵인」관측… 새조율필요/“북미회담에 찬물” 우려 제기 귀순자 강명도씨의 「북한 핵폭탄」 발언 파장은 정부의 신속한 진화로 국내적으로는 일단 수그러 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북핵문제해결에 임하는 한미공조 측면에서는 정부가 강씨의 귀순회견을 다룬 방식이나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볼 때 다소의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우선 강씨의 회견방식과 내용을 둘러 싸고 한미공조에 이상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북핵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서둘러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29일 열린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는 강씨의 「북한, 핵폭탄 5개 보유」 주장에도 불구,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종전과 다름이 없고 이에 관해서는 한미가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강씨의 회견 직후 한미 양국의 고위당국자들은 여러 채널로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등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강씨의 발언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첩보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입장을 명확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간 이견이 돌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강씨의 발언이 한미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이유도 강씨의 발언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 경우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등 대북협상에 대처하는 한미의 입장이 전면 재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핵의 과거투명성문제와 남북대화의 진전 부분에 있어서 한미간의 새로운 입장정리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북한핵의 과거투명성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제까지의 대북협상과정에서 한미간의 입장차이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지만 미국측이 북한핵의 향후 동결을 선결과제로 삼아 과거문제를 묵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은 여러 차례 제기됐었다. 미국측의 협상전략에 대한 이같은 분석은 「북한은 핵폭탄을 1∼2개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나 실제로 핵폭탄을 제조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북한핵의 과거투명성도 철저하고 완벽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회있을 때마다 미국측에 과거의 투명성 확인에 대한 다짐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실수로 볼 수밖에 없는 강씨의 귀순회견도 북한핵의 과거투명성 확보를 강조하려다 도를 지나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북미회담과 남북대화를 어떻게 연계시키느냐는 문제도 한미간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미국측은 북미회담과정에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국내에서는 그 관철의지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남북정상회담이 합의됐으나 「무기연기」돼버렸다. 결국 남북대화의 진전은 정부의 새로운 부담으로 남게 됐고 이에 대해 미국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했을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정부 내에서 강씨 회견주선에 대해 「북미회담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를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의 조화로운 추진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이에서 구하는 견해도 있는 것이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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