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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빈-부」·「현대-과거」 자연스레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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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빈-부」·「현대-과거」 자연스레 공존

입력
199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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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8억5천만명… 종족·종교간 분쟁 끊임없어 뉴델리나 봄베이의 최고급 호텔 연회장에서는 매일밤 호화판 결혼식 피로연이나 결혼기념일 행사가 열린다.

 인도의 전통음악연주단이 동원되고 수백가지의 뷔페식 음식은 물론이고 주최측은 지방에서 올라온 손님들에게 하룻밤 숙박료가 2백달러 정도인 호텔방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호텔밖으로 한발짝만 나서면 맨발의 소년 소녀 청년 아줌마 할 것 없이 수많은 거지들이 다가와 1루피라도 달라며 구걸을 한다.

 『풍요와 빈곤 그리고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나라』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사회다.

 이처럼 두개의 얼굴을 가진 인도는 지난 91년 라오총리가 취임한 이후 8억5천만(91년 인도정부통계)인구를 빈곤에서 탈피시키고 이들의 소비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더디게 하는 요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게 정부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고민거리다.

 수백년간에 걸친 식민지 경험으로 47년 선택해 40여년간 고수했던 자급자족 경제의 결과가 이제는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만들지 못하는 것은 없으나 쓸만한 제품이 하나도 없는 나라』라는 표현이 자급자족 경제의 한계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국가통제경제의 결과가 낳은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없는 국영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정부의 보호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기가 타고난 신분과 가난을 당연시하는 힌두교의 교리를 믿는 인도인들이 전체 인구의 83%를 차지하고 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산에 참여하기 보다는 구걸로 연명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카스트제도가 아직도 엄격히 상존하고 있는 사회속에서 상류층은 부귀영화를 누리고 하류층은 가난을 당연시하며 1인당 GNP 3백50달러(93년 기준)라는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데는 관심이 없다.

 또한 끝없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종교간 유혈충돌, 파키스탄과의 국경분쟁, 다른 지방 사람들과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방언도 경제개발의 장애가 되고 있다.

 간디가의 40여년간 통치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라오정권이 지난해 다수의석을 확보하긴 했지만 정치기반 취약으로 경제집단간의 이해대립이 표출되고 있는 점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1인당 월수입 12달러이하의 절대 빈곤층이 78년 3억명에서 90년 2억명으로 줄어든 반면 5인가족기준 연수입 8백달러이상의 중하층이 85년 6천만명에서 91년 1억명, 93년 3억명으로 급증하고 있는 점은 인도의 경제개혁이 완만하나마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더욱이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의 인구만도 웬만한 나라의 전체 인구보다 많아 해외자본이 이 거대소비시장에 투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다 정부의 의도대로 이들이 경제개혁에 횃불을 들 경우 인도는 50년대 누렸던 세계10대 선진공업국으로의 재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뉴델리=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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