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식 옥죄어 “발전저해”/정·관계서도 개선에 긍정적/“인간권위찾기” 시위도 『고난속에 기쁨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개봉돼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인도를 무대로 한 영화「시티 오브 조이(CITY OF JOY)」에서 주인공 하사리가 릭샤(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인도의 교통수단)를 발이 닳도록 몰아서 마련한 지참금으로 딸을 상류층으로 시집보내고 나서 한 말이다.
수천년동안 인도인들의 의식을 옥죄어온 카스트제도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버지의 계급이 세습돼 하층 계급에서 태어난 사람은 영원히 하층계급으로 살아가야 하며 이에따라 직업도 마음대로 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카스트제도는 인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혀왔다.
그러나 경제가 더디게나마 발전하면서 이 카스트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등 카스트 4계급중 바이샤와 수드라를 일컫는 하층민 출신인 사크란트씨가 지난해 보사부장관에 등용되는등 지금까지 천대받아왔던 하층민들의 고위직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하층민 출신들이 당선되기도 했다.
하층민들의 사회진출이 다소 늘어나면서 하층민들이 자신들의 인간다운 권리를 찾기 위한 집단행동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초 인도 중부 마하라슈트라주 아우랑가바드에서는 수천년간 차별대우에 한마디 불평없이 살아온 하층민들이 평등과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여 2백여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또한 같은 달 중순에는 하층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학입학을 거부당한 여고생이 자살을 기도,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카스트제도가 인도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인도 정부도 최근들어 카스트제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자 경제개혁에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하층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역대 정부가 상류층의 기득권보호에 앞장서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도정부는 47년 독립과 함께 헌법으로 카스트제도를 금지시켰으며 대학생과 공무원의 일정비율은 하층민이어야 한다고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먹고 사는 것에만 매달려야 했던 하층민들은 자녀들을 국민학교조차 못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학이나 공무원 채용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실정이었다. 전반적 사회 구조가 하층민들의 사회진출을 암암리에 막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한 예이다.
카스트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이 제도가 뿌리뽑히기에는 아직도 장구한 세월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간신문에 결혼광고를 내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자신의 계급을 밝히고 있으며 같은 직장에 근무하더라도 카스트의 계급에 따라 어울리며 하층민은 직장의 회식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인도인 대부분이 신봉하는 힌두교의 교리가 가난 자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어 하층민 대부분은 카스트제도를 타파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지도 않다.
카스트제도가 어떻게 변해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뉴델리=황양준기자>뉴델리=황양준기자>
◎4천년 이어온 신분차별 「카스트」/브라만(승려)-크샤트리아(통치계급)-바이샤(평민)-수드라(노예)/국민을 4계급으로 분류… 부계따라 세습
카스트제도는 4천여년전 인도 대륙에 침략한 아리안족이 통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신분차별제도다.
카스트에 의한 인도인의 신분은 최상류층인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족 무사 통치계급) 바이샤(상공업등에 종사하는 평민) 수드라(노예 하인 천민)등 크게 4계급으로 구분된다.
각 계급에서는 또 구체적 직업에 따라 계급이 세분되는데 바이샤와 수드라의 경우 2천여개 이상으로 세분된다. 최하층 계급은 족보없는 수드라라고 불리는 「하추트」로 이들은 다른 수드라들로부터도 차별대우을 받고 있다.
인구의 5%정도로 추산되는 브라만들은 대부분 수십명의 하인을 거느리고 있으며 자가용 헬기·수영장은 물론 골프장까지 갖춘 대저택에서 초호화생활을 누리는 사람도 많다.
하층민인 바이샤와 수드라는 인구의 70%정도. 이들은 천막같은 것으로 집을 짓고 집단촌을 형성해 살아가고 있다. 집단촌에는 상수도가 없어 공동펌프로 생활용수문제를 해결한다. 그나마 집이라도 있는 사람은 다행이고 노숙을 하며 구걸로 연명해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브라만과 바이샤, 수드라를 제외한 인구가 크샤트리아다. 크샤트리아는 최근 들어 인도의 경제 발전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신중산층을 구성하고 있다.
원래 카스트제도는 아버지의 계급을 따르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돈많은 하층계급에서는 딸을 상류층 남자와 결혼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계급상승을 위해 딸을 결혼시키려면 2천만루피(5천만원)정도의 지참금을 주어야만 한다.
크샤트리아로 뉴델리대학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샥티벨씨(26)는 『경제발전에 힘입어 부를 축적한 사람들 가운데 돈으로 상류계급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샥티벨씨는 또『요즘에는 대학생등 젊은이들 사이에 카스트 제도의 뿌리가 되고 있는 힌두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눈에 뛰게 늘어났다』며 『카스트제도가 중요한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뉴델리=김광덕기자>뉴델리=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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