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문화통해 「북허구」 절감/특수층 「체제혐오」 확산징후 27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귀순 동기를 「북한체제에 대한 반감」이라고 밝힌 강명도씨(36)와 조명철씨(35)는 두사람 모두 북한 고위층의 친인척들이란 점에서 여느 귀순자들과는 또다른 차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 주석궁 경리부 산하 무역회사인 릉영윤전합영회사 부사장인 강씨나 김일성대학 경제학부 상급교원(전임강사)인 조씨 모두 현직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기득권층」에 속한 사람들이다. 더욱이 강씨는 김일성의 이종4촌동생으로 북한내 권력서열 3위인 강성산정무원총리의 사위이고 조씨 역시 모스크바대학출신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 조철준의 아들로서, 얼핏 생각하기엔 이들이 특별히 귀순까지 할 이유는 없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이들의 잇단 귀순은 북한의 내부동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쪽으로 먼저 추측해 볼 수 있다. 특히 강씨는 여만철씨일가와 북한 벌목공등으로「귀순러시」를 이루었던 지난 5월하순에, 조씨는 김일성사망을 전후한 시기에 귀순의사를 타진한뒤 지난 18일 각각 귀순, 북한내부 상황에 대한 이같은 추측의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정부의 한당국자는 『이들의 귀순이 곧 북한의 심각한 내부동요를 그대로 반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이들 모두 특수신분인 만큼 북한내 「체제 혐오세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충분한 징후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당국은 이에 따라 향후 북한의 내부동향 및 귀순자 증가 여부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친인척들의 족벌체제로 이루어진 북한의 권력층들은 일반 주민들이 극심한 경제난·식량난등으로 고통받는 것과는 별개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따라서 불만세력이란 이들 일반주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강씨와 조씨의 경우를 보면 일반주민들 외에 특수집단 내부에도 체제에 대한 동요가 일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강씨는 대부분 북한외교관들이 거치는 과정인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 금수산의사당(주석궁) 직속 무역회사에 근무해왔다. 그러나 한때 2년여 동안이나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기도 했던 강씨는 이 때문에 체제불만을 느껴오던 차에 마침 외화벌이를 위해 자주 외국을 드나드는 과정에서 북한체제의 허구성을 더더욱 절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귀순 당시 중국 천진 남개대학에 유학중이었던 조씨 역시 「김평일계」인 동시에 김정일비판세력으로 분류돼 견제를 받아오다 외국생활을 통해 비로소 「눈」을 뜰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특히 김정일체제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 외에 통제강화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사이에는 배금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외국의 정보·문화유입등으로 문화충격현상이 심화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김일성사후 김정일체제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에서 탈북자 혹은 귀순자의 수는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례로 정부당국에 의하면 올 들어서만 귀순자 수가 25명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귀순러시현상이 당장 북한의 체제존속 자체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이번 강씨와 조씨 케이스는 북한사회의 동요를 더욱 부채질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